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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박사 Jun 29. 2022

벚꽃향기가 마음을 전해주네

... ချယ်ရီပန်းလေး မမွှေးသော်လည်း
벚꽃 향기가 아직 나지 않지만
ထာဝစဉ် အသည်းလေး အေးစေမယ်ကွယ်
그 마음 영원히 편안해질 거야
တောင်ပေါ်သားလေးရဲ့အသည်းဟာလည်း
산중 그 사람의 그 마음처럼
အမြဲတမ်း ချစ်စိတ်တွေမပြယ်...
영원한 사랑은 흔들리지 않을 거야...

(ချယ်ရီပန်းလေးအသည်းပေးမယ် - စိုင်းဆိုင်မောဝ်)
(벚꽃 향기여, 마음을 전하네 - 짜이 사이 모)


"그런데, 왜 샨족 사람들은 벚꽃을 그리 좋아하는 걸까요?" 


산책 중 한 장교에게 물었습니다. 샨주에는 유난히 '목곤,' 그러니까 벚꽃을 붙인 이름이 많았습니다. 사람 이름에도 목곤, 가게에도 목곤. 노래에도 목곤. RCSS가 야심 차게 출범했다 모종의 이유로 실패한 기업의 이름도 '샨 따웅단 체리 (သျှမ်းတောင်တန်းချယ်ရီ - 또는 산 로이 목곤 따이; 샨 벚꽃 산맥)'였습니다.


"그러게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잖아, 벚꽃." 같이 산책한 장교가 답했습니다. 한 번도 왜 샨족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는지 고민을 안 해 본 눈치입니다. 


"그런데 벚꽃이 필 때쯤이 우리 샨족 설날이야. 온 가족이 모일 즈음이면 여기저기 벚꽃이 피거든."




그곳은 삶이 어렵습니다. 더울 땐 더운물, 추울 땐 차가운 물 나오는 곳입니다. 비록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길가며 주택 사이사이에 파인 방공호는 로이따이렝이 지금껏 어떤 세월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아직도 어느 장교가 준 그 아이의 사진을 가끔씩 들여다보곤 합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지난 세월을 버텨냈을까, 고작 논문, 브런치 산문 따위로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그곳엔 삶의 안락함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 동기야 어떻던, 자유에 대한 갈망과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해 엇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그리고 사람이 사는 냄새가 참 좋은 곳. 로이따이렝엔 태국, 또는 미얀마 내부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태국으로 떠나는 차에 오르기 전에 "우리를 믿어줘서 고마워, 부디 우리를 잊지 말아 줘" 하고 말하며 작별인사를 건넸습니다. 마치 제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하나하나 제 손을 꼭 쥐었습니다. 서로를 호랑이들이라 부르는 전사들의 마음은 산들바람에도 쉬이 날아가버리는 벚꽃처럼 여리디 여렸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짐작과는 다르게 저는 태국 국경지대 여기저기에서 그들과 다시 재회하고 회포를 풀며 인연을 이어나갔습니다. 어쩌면 짧디 짧았던 인연이 무척 질기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아차렸을까요? 최근엔 로이따이렝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은 (전) 연락장교 B가 병사들과 함께 영상통화를 걸어와 물었습니다:


"짜이 쌈, 언제 다시 산으로 올라와? 다들 많이 보고 싶어 하는데"


그에게 약속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목곤 따이'가 꽃피우기 전에 산으로 돌아가겠노라고.




"너는 푸껫, 파타야 이런데 안가? 예쁜 여자도 많고 바다도 좋고" 


제가 치앙마이에 갓 짐을 풀었을 때, 단골처럼 드나들던 치앙마이의 카오만까이 식당 아주머니가 닭고기를 썰어주며 손짓 발짓을 섞은 영어로 물어보셨습니다. 아마 해 좋고 물 좋은 태국에서 항상 스터디 카페와 집만 셔틀 하던 학생이 의아하셨던 모양입니다. 굳이 연구자라는 점을 동네방네 알리기 싫어서 저도 손짓 발짓을 섞은 태국어로 얼버무리기로 했습니다.


"바다를 안 좋아해서요. 오히려 매홍손, 팡 이런 곳을 가보려고요."


실제로 제가 가는 곳이니 비록 얼버무렸지만 아주머니께 거짓말은 안 한 셈입니다. 


제 대답을 들은 아주머니가 저를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끄덕이며 씩 웃습니다.


"아아, 산사람이었구먼(คนดอยนะ)!"


그분 말대로 저는 산사람이 될 팔자였을까요? 그렇게 샨주 남부의 산맥을 또다시 오릅니다. 주변 사람 풍경이 타이족에서 샨족으로 변합니다. 조금 더 가니 리수, 까렌, 까레니 사람들도 그 풍경에 들어와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빠이를 넘어, 방마파를 지나, 길을 틀어 남쪽으로 향합니다. 


이번엔 까레니 붉은 땅에 맞닿은 매홍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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