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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Dec 03. 2018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시므온의 예언,


 세월이 지닌 미덕중의 하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깊은 성찰이 아닐까, 깊어가는 가을, 변해가는 이파리에 대한 찬하가 사라지기도 전 어느 하룻밤 새 나뭇잎들은 흠씬 져 내렸다. 그제야 나타나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들, 꽃이나 이파리가 지닌 아름다움은 사람을 그저 혹하게 해서 헤매게 한다. 그러나 저 벗은 가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배반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존재 속에 내재된 아름다움에 대한 운율을 듣게 한다. 나무의 아름다움을 가장 깊게 보여주고 있는 시간 같기도 하다. 사람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쏜살처럼 꽃 같은 젊음이 지나가버리고 무성한 나뭇잎처럼 흔들리던 중년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겨울나무 가지 같은 노년 속에 들어섰을 때.....저 겨울나무 가지처럼  보이는 것은 흐릿하나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램브란트는 이 작품으로 우리에게 속삭여준다. 

 렘브란트의 청년 시절은 부유했지만 그가 노년에 이르렀을 때는 경제적으로는 파산상태였다. 첫 아내는 일찍 사별 했고 두 번째 아내 역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무엇보다 여섯 명의 자녀 중 다섯 명을 잃는 참척을 겪은 슬픔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결국 암스테르담의 한 빈민가에서 ‘시므온의 예언’을 그리다가 홀로 세상을 하직했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작품인 ‘시므온의 예언’은 그의 마지막 신앙고백이 아니었을까. 지나온 삶의 궤적을 뒤돌아보며ㅡ ‘내 삶은 시므온처럼 기다림의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시므온처럼 나도 주의 구원을 눈으로 보기를 원합니다.’ㅡ라는 죽음 앞에 서서 하는 고백,  

 시므온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다. 얼핏 거의 감겨진 듯한 모습은 눈이 먼 사람 같기도 하다. 세상의 것들이 보이지 않을수록 주의 구원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속 깊은 은유 같기도 하다. 성령과 함께 한 시므온은 아이를 보자마자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고백한다. 평생을 기다려온 일이 이루어지려는 그 찰라! 인생의 사명이 이루어지는 순간, 일생 바라왔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하고 기쁜 감격이 차오르는 순간을 램브란트는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램브란트는 이 그림을 그리며 시므온에 자신을 투사했을 것이다. 성전에서 평생을 기다렸던 시므온의 그리움과 기다림을 램브란트는 자신의 삶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 가운데서 더 깊게  이해했을 것이다.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안았다기보다는 기도하는 그의 두 팔위에 강림하신 아기예수처럼 보인다. 마치 마구간의 어느 한자리처럼 시므온의 늙은 팔위에 내려오신 것이다.  시므온의 두 손은 참 형언키 어려운...... 세상의 겸손을 모두 품은 손처럼 여겨진다. 아기 예수의 어머니인 한 여인 - 그녀는 어둠속에 잠겨 있는데 시므온의 놀람과 경이에 가득 찬 표정과는 다르게 고요하면서도 걱정에 가득 차있다. ‘칼이 네 마음을 찌르리니...’ 시므온의 예언 때문이었을까? 램브란트는 시므온의 기쁨과 환희를 주제로 삼았으면서도 여전히 그 눈부신 통찰력으로 삶속의 비의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시므온과 아기예수의 만남은 극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이다. 단순히 그의 작품 경향을 표현하는 명암대비가 아닌 빛과 어둠만으로 기록된 새로운 세계이다. 자세히 바라보면 형체도 거의 없다.  형체간의 차이도 별로 없는 오직 어둠과 밝음 그 사이의 결들뿐이다.  아기 예수는 환한 빛으로 그분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깊은 주름이  새겨있는 시므온의 이마 위로도 눈부신  빛이 비치며 그의 우수와 고뇌를 한껏고양시켜준다. 아주 오래전, 추상이라는 단어조차 그림 속에 생성되지 않던 시절의 작품 속에서 추상을 엿본다. 선명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선명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설명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깊게 설명해주는,  미완성 유작이라고 하지만 어떤 완성된 작품보다 더 완결된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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