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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06. 2019

당신이 작품을 완성하세요!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샘>



 현대미술은 모든 예술들이 그러하듯이 신앙과 적대적 위치에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간의 문화 특히 예술의 지향점 속에 하나님의 선악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바벨탑은 오히려 근사해 보일뿐입니다.

美와 術을 떠난 지는 오래고 醜를 직시하며 혐오나 구토에도 다다르게 합니다.

새로운 것이면 무조건 창의성이란 왕관을 씌어줍니다.

가끔 책을 읽다가도 덮을 때가 있습니다.

지성으로 포장하고 논리라는 무기를 장착한 그리스도를 향한 저격수들은 무자비한 난사 때문입니다.  

수많은 책들이 있는데 굳이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생각하다가도 지피지기를 생각하며 다시 펼치기도 합니다. 선악의 구분은 다양한 철학사조에서 이원론으로 폄훼되어 사라져 가고

순전한 믿음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갑니다.

문화를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앞에 문화는 마치 롯이 바라본 요르단 분지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습니다.  

 현대 미술관에서 마르셀 뒤샹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느 평론가는 “그분이 오셨다”라고 표현하더군요.

혹자는 그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미술을 전혀 다른 지평으로 옮겨가게 한 생각 많은 사람입니다.

그의 놀라운 아이디어는 혹시 자신의 빈약한 術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었을까....라는

필자의 단순한 생각은 그의 첫 번 섹션에서 박살납니다.

특히 그가 ‘움직임’ 이라는 동적 상황을 정적캔버스에 그려낸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나 ’신부‘같은

큐비즘 입체파적인 작품들은 특별한 사조의 특별한 표현법을 떠나서 그 자체로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인간의 육체를 기계적 장치로 상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름답고 섬세했습니다.

그는 이십대를 보내면서 작가가 손수 만들어야 작품이 된다는 예술이라는 기존의 관념에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마르셀 더는 그림은 아니야, 일자리를 찾자”

그는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 위하여 사서라는 직업을 일부러 택하기도 합니다.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예술가로서 그가 던졌던 질문입니다. 

 1917년 그의 작품 <샘>- 만들어진 소변기에 사인이 들어간-을 출품하게 됩니다.

처음 전시회에서 이 작품은 전시 되지 못합니다만 결국 작품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이 새로운 레디메이드 시대를 예고했고 현대미술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그가 그것을 선택해서 새로운 제목과 관점으로 그 쓰임새가 사라지도록 배치했다.

그 결과 오브제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창조됐다.”

뒤샹은 아이디어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의 개인적 취향이나 손재주를 작품에서 배재했습니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미술의 개념,

즉 개념미술이 뒤샹의 <샘>으로 인해 문이 열리게 된 것이지요.

그는 반미학과 반예술의 기치를 들었는데

기이하게도 그의 레디메이드 시리즈는 새로운 예술 개념을 도출해 냈고 새로운 미학과  새로운 사조를 이끌어내  지금까지도 현대미술은 그의 선 위에 놓여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를 "모순과 혼돈으로 가득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좁은 통로"라 말하기도 한다는군요.

뒤샹의 변기는 미술의 개념을 완전 해체 시켰습니다.  

수많은 담론이 난무했지만 어떤 결론도 도출해 낼 수 없는, 예술의 선이 무너진,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 도도한 흐름은 철학뿐 아니라 모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면서도 현대미술의 중요한 한 가지 갈래를 필자가 추론해본다면

작품이 작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견자에게로 그 입지가 넓어진 것입니다.

작가가 창조한 작품이 작품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견자의 사유까지 더불어 확장,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죠. ‘당신이 작품을 완성하세요!’입니다.

그래서 요제프 보이스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고 했을까요?

넓어진 예술의 문 앞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기억하게 됩니다. 


 삼만 원을 주고 산 뒤샹의 도록에는 작품해설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수많은 에세이들이 실려 있습니다.

도록에서 발견(?)한 마르셀 뒤샹의 문장,

“오직 예술에서만 인간은 동물적 상태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영역들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이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은 믿는 것입니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에게 예술은 당연히 신앙이었습니다.

그러니 예술을 신앙으로 환치시켜 읽어보니 딱! 맞습니다. (교계신문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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