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크티 Oct 30. 2022

이정재·정우성이 했다는 'CB 투자'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받는 투자…주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최근 이정재, 정우성이 과거 상장사 비덴트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사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CB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걸까요.



CB는 Convertible bond의 약자로 직역하면 전환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인데요. 전환 전에는 사채로서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만기가 되면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A회사에 10억원어치 CB에 투자합니다. CB의 조건은 연 4%의 이자를 주고, 만기는 2년입니다. 지금 회사의 주가는 12만원 정도이고, 주식으로 전환할 때 적용받을 전환가액은 11만원입니다. 전환가액은 보통 현재 주가보다 소폭 할인된 수준에서 정해집니다. 또는 강한 주가에 자신감이 있을 때 현재 주가보다 전환가액을 높게 잡을 수 있습니다. 이자율, 전환가액 등 각종 조건은 회사와 투자자가 합의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주식 가격이 올라 투자자가 CB를 주식으로 상환한다면 빚도 갚을 필요가 없겠죠. 게다가 CB를 발행한 직후에는 해당 자금이 부채로 잡히지만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가 아닌 자본이 됩니다. 자본금이 늘어나는 거죠.



CB 투자자들도 그리 잃을 것 없는 거래입니다. CB에 투자한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는 회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돼 만기에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겁니다.



다만, 기존 회사 주주들은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주식이 상장이 되면 주식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CB 발행을 공시한다면 여러가지 조건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자금조달의 목적입니다. 채무상환자금을 위한 CB 발행은 무조건 악재일 수밖에 없고요, 시설자금에 투자한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향후 매출을 더 키워 기업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건실한 기업 또는 투자자가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기매수청구권(풋옵션)과 조기매도청구권(콜옵션)이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콜옵션이 설정되어 있으면, 만기 전에 회사가 "그냥 빨리 빚 갚을게"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풋옵션이 설정돼 있으면 CB 투자자가 만기 전에 "나 돈 필요하니 얼른 갚아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시기는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회사도 위태하다면 CB투자자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겠죠. 그럼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당시 발행가액보다 조금이라도 오른 상태라면 CB투자자들은 청구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만약 주가가 발행가액보다 더 하락하면 전환가액을 조정(리픽싱)할 수 있습니다.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고, 이후 주가가 다시 오르면 최초 전환가액까지 상향 조정하기도 합니다.



원래 CB 전환가액의 상향조정은 할 수 없었는데요. 지난 2020년 12월부터 금융위원회는 사모(50인 미만 특정 투자자 대상으로 자금 조달) 방식으로 발행한 CB에는 하향리픽싱 조건이 있으면 상향리픽싱 조건도 의무적으로 넣게 했습니다. CB가 하향리픽싱만 존재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과도하게 희석할 수 있고, 전환사채 보유자에게만 유리한 조건이어서 불공정행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CB는 기업들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기업은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거래소는 매년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한계기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영업활동에 따른 직접 자금조달이 미미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 CB·BW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이 증가하는 기업"을 꼽습니다.



이 정도로 CB를 공부했으면 과거 정우성과 이정재가 투자한 비덴트 CB 공시를 보면서 복습을 하겠습니다. 2017년 8월 31일 비덴트는 114억원어치의 CB 발행을 공시했습니다. 표면 이자율은 0%로 투자자들은 원금에 대한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기일은 2020년 1013일이고, 만기 상환 시 연이자 2%를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전환가액은 4115원입니다. 당시 비덴트는 회계감사에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정지된 가격이 4115원이었습니다. 이후 적정 의견을 받고 살아난 비덴트는 9월1일부터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투자자들은 회사에 대한 상당한 믿음이 있었던 거겠죠.



  


  

비덴트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Dart 제공)



CB는 사모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총 1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중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10억원씩 투자했고, 현재 두 사람의 기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도 5억원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1년이 조금 지난 2018년 10월 17일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가 나왔습니다. 관계회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을 빼고 투자자들은 모두 CB를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주가는 1만1850원으로 전환가액(4115원)의 3배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10억원을 투자해 19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은 것입니다.



  

비덴트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Dart 제공)



상장폐지 직전에 있던 회사인 비덴트는 회삿돈 한 푼을 들이지 않고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1년 만에 188%가 넘는 수익을 챙겨갈 수 있었습니다. CB투자는 이런 것입니다.

이전 06화 무상증자는 되고 유상증자는 안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