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의 '목적'이 중요…유상증자 후 기업가치 높아질 수도
지난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제주항공, 오스코텍은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했던 폴라리스원은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시장은 유상증자는 무조건 악재, 무상증자는 무조건 호재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무상증자에 대한 설명에 이어 이번에는 유상증자란 무엇이고, 유상증자가 호재인지 악재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증자는 자본을 늘린다는 뜻입니다. 자본이란 사업의 기본이 되는 돈인데요.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식을 더 발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은 기존 주주에게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공짜로 나눠주는 '무상증자'가 있고, 주주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가 있습니다.
회사가 돈이 필요할 때 쓰는 방법은 대출, 채권, 증자가 있는데 대출과 채권발행은 결국 빚입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은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주주들에게 '추가 투자'를 받는 것이니까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많이 올라 빚을 내는 것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이자 부담이 있는 대출이나 채권발행보다는 유상증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그러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가령 총 1000만주가 상장된 회사의 지분을 20만주 들고 있다면 A씨의 지분율은 20% 입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상장 주식이 2000만주가 되면 A씨의 지분율은 10%로 줄어듭니다. 지분이 희석되지 않으려면 증자하는 만큼 돈을 추가로 출자해야 합니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출자하는 돈도 많아지겠죠.
지분을 계속 많이 보유하고 싶은 주요 주주라면 기꺼이 자금을 추가 투입하겠지만 소액주주나 회사의 경영상황에 부정적인 주주라면 자금 추가투입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지분율 하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또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져 고평가된 주식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입니다. 벌어오는 돈은 똑같은데 주식 수가 늘어나면 EPS가 줄어드니 PER이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이는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상증자를 할 때 신주는 현재 가격에서 15~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발행됩니다.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들어오는 주주가 많으니까 주가가 상승하면 많은 매도가 발생해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보면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지분율도 낮아지게 만들고, PER이 높아지고,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해 많은 매도를 발생하게 만드는데요. 그래도 유상증자를 호재로 볼 여지는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하는 '목적'이 핵심입니다.
유상증자를 하면 회사에 돈이 부족한 것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재무구조가 건전하게 바뀌게 된다면 호재입니다. 또 시설투자로 사업이 확대되는 등 좋은 목적의 증자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0~2021년 코로나 시국에는 많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워낙 증시 분위기가 좋기도 했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는 내용을 주주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거든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앞에서 말한 'PER이 높아진다'는 단점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을 모았는데, 이후 실적이 2000억원이 넘게 늘어났다면 PER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겠죠.
반면 '신규 사업진출'이나 인프라 투자가 아닌 '채무 상환'이 유상증자의 목표라면 주주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빚을 갚을 돈조차 부족해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셈이니까요.
가뜩이나 최근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익률도 '마이너스'(-) 인 주주가 적지 않을텐데 재무상황 악화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회사가 좋게 보일리 있을까요.
시장이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유로 유상증자를 공시하면 주가도 급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회사의 장기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면 유상증자 후 회사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