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주관사 정해지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일반투자자 청약 진행
주식시장 분위기는 암흑기지만 공모주 투자 열풍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퓨런티어는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율이 2680대 1을 기록했고, 비씨엔씨 역시 286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1주를 받는 것도 힘들어진 상황인데요, 그래도 투자자들은 '커피값'이라도 번다는 생각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아직도 공모주를 잘 모르시나요? 공모주를 투자한다면 알아야 할 상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일반 기업이 "우리 회사도 주식시장에 주식을 상장할래"라고 하는 걸 기업공개(IPO)라고 부릅니다. 연습생이 데뷔부대를 갖게 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사, 아니 상장 주관사를 정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상장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면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주관사가 되면 IPO 수수료도 챙길 수 있고,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고객의 신규 유입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은 해당 증권사의 그간 IPO 레퍼런스로 판단할 수 있고, 또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에서 상장을 진행해줄 수 있는 증권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아니면 예전부터 연을 맺고 있는 증권사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관사가 정해지면 회사의 가치 평가에 들어갑니다. 주당 얼마에 몇 주를 신주(새로운 주식)로 내놓을 것인지 정하게 됩니다. 이 회사의 가치가 1억원이라면 주당 1만원에 1만주를 상장시키는 게 되겠죠. 여기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0%라고 하면 새로운 공모주는 7000주가 되겠고, 공모규모는 7000만원이라고 부릅니다.
IPO때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 일부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주식을 파는 거죠. 이를 '구주매출'이라고 부릅니다. 시장에서는 구주매출을 달갑게 보지 않습니다.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통상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쓰입니다. 그런데 구주매출을 하는 건 IPO 자금의 일부가 대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가니까요. IPO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주매출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회사의 성장성을 제시해야 할 겁니다.
회사의 가치, 신주 발행 계획 등이 정해졌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여러 절차가 있지만 투자에 관련된 이야기에 집중하겠습니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기업가치를 산정한 근거를 볼 수 있습니다. 공모를 통해 마련된 자금의 사용 계획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모주에 투자하기 전에 증권신고서를 한 번 읽어보는 걸 꼭 추천드립니다. 해당 기업의 업황, 투자 리스크 등 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거든요.
증권신고서에서 문제가 없다면 계획한 일정대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게 됩니다. 기관투자자를 모아놓고 "우리 주식 희망 공모가는 1만원에서 2만원 사이인데 얼마에 살래?"를 물어보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2만원에 사겠다는 기관이 많으면 공모가는 2만원으로 정해지고, 1만원에 산다는 기관이 많으면 공모가 하단인 1만원에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은 몇 주를 살 지도 적어내는데요, 1000주가 기관투자자의 몫인데 100만주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면 경쟁률은 1000대1이 될겁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는 이어 진행할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흥행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보통 기관투자자 경쟁률이 높으면 일반 청약 경쟁률도 높습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관에게 인기있는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을 원하는 만큼 청약을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청약금의 50%를 증거금으로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당 1만원짜리 주식 10주를 청약한다면 실제로 10만원이 필요하지만 일단 5만원의 증거금을 넣어서 신청하는 겁니다. 청약 결과는 이틀 뒤쯤 나오는데요, 나중에 10주를 모두 배정받게 되면 추가로 돈을 입금하면 됩니다. 보통은 높은 경쟁률 때문에 1주를 배정받기도 어렵습니다. 청약되고 남은 증거금은 청약 결과가 나오는 날 계좌로 다시 입금됩니다.
개인투자자 물량의 50% 이상은 균등, 나머지는 비례로 배정됩니다. 균등배정 물량은 청약에 참여하기만 하면 주식을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의미입니다. 최소 청약수량은 10주입니다. 균등배정 물량이 10만주인데 10만개 계좌가 참여했다면 각 1주씩 나눠 가지게 되는 겁니다. 비례배정은 돈을 많이 넣을수록 1주라도 더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례배정에는 '5사6입' 방식이 이용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썼던 ''5사6입' 공모주 쉬운 계산법 알려드립니다'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상장일입니다. 공모주는 거래 첫날 시초가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만나는 가격으로 정해집니다. 주관사가 기업가치에 따라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정했고, 기관투자자의 경쟁률에 따라 합리적인 공모가가 정해졌지만 또 한 번 적정 공모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을 받는 셈입니다. 이후 거래가 시작되면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플러스(+)·마이너스(-) 30% 이내에서 주가가 움직이게 됩니다. 이때 공모가의 200% 수준에서 시초가가 정해지고, 시초가에서 가격상한폭인 30%가 오르면 '따상'을 기록했다고 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면 주관증권사, 인수증권사를 알아둬야 합니다. 해당 증권사를 통해서만 청약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부지런한 분들이라면 웬만한 증권사 계좌는 다 만들어놨을 거예요. 요즘 소문난 좋은 주식은 균등배정으로 1주도 받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만큼 주가가 크게 오를 확률도 높아져서 쏠쏠하게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모주를 투자해봤는데 회사가 좋은 것 같다면 추가매수를 해보는 것도 건전한 투자의 한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부하면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커피 기계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