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이다. 높고 파랗던 어렸을 때의 고국 하늘이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이 동요 작곡가셨는데, 그래서 다른 반 보다 동요를 많이 불렀다. 덕분에 어린이 합창대회도 몇 번 참가한 적이 있다. 선생님의 “입을 달걀 모양으로 크게 벌려라”는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불렀던 노래 중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 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여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작사는 어효선이 지었다. 마음에 빛은 무슨 색깔 일까? 어린이들의 마음에 빛이 있다면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일 것이다. ‘파란 마음’은 파란 잎으로 덮인 산과 들속에서 자라니까, 희망에 찬 밝고 건강한 마음이다. ‘하얀 마음’은 산도 들도 하얗게 덮은 눈 같아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다. 어효선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나타냈다. 널리 알려진 동요 ‘과꽃’ ‘꽃밭에서’도 그의 작품이다.
이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 2005년 신학기를 맞아 일본의 소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일본이 광복 이후에 작곡된 우리 동요를 수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반달’ ‘아리랑’ ‘고향의 봄’등이 수록된 적이 있지만, 모두 참고 곡(선택곡)이어서 교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배우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 곡은 정규 곡이어서 수업시간에 배워야 하기에 의미가 더 있었다. 도쿄서적의 음악교과서 담당자인 스가와라 도시히코(菅原敏彦)는 “음악을 통해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가 함께 이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글 가사도 일본어 발음으로 넣었다”라고 밝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즈음하여 한국예술 종합학교 음악원의 민경찬 교수가 한 일 어린이 각 4명으로 중창단을 만들어 음반을 제작하였고, 이를 접한 도쿄서적이 수록된 한국 동요 중에 한 곡을 선택하여 수록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_jkGXHhh8
이곡을 작곡한 한용희는 원래 경찰 출신으로 경찰 어린이 합창단을 지도하며 홍보 관계로 KBS에 업무 차 자주 들렸다가 1954년에 PD로 입사한다. 전임자가 한국 어린이 음악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공연을 가게 되는 바람에 후임을 맡게 된다. 미국으로 간 전임자가 바로 토론토에 살고 있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작곡가 안병원이다. 한용희는 KBS 공개방송 ‘누가누가 잘하나’와 ‘KBS 어린이 음악콩쿠르’을 만들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정경화, 조수미, 백건우 등의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 노래깨나 하는 어린이들은 인기 아나운서 강영숙이 진행하는 ‘누가 누가 잘하나’ 공개 방송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
어린이 프로그램 PD였던 그는 샘터 잡지에 실린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운 가사말에 감격하여 곡을 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곡은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어린이들도 많이 부른다. 외국 유명합창단의 한국 공연 때 단골 앙코르 메뉴이기도 하다.
일본 교과서에 실린 '파란마음 하얀마음' 일본의 독도 교과서 문제로 한일 관계가 불편하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 일본 교과서에 실린 같은 해 2005년 3월, 일본의 나카야마 나리아키 당시 문부과학상은 국회 답변에서 “다음 학습 지도 요령에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 명기해야 한다”며 교과서 수록의 깊은 속내를 밝혔다고 한다. 우연이라 생각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일본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린이들의 ‘파란 마음’이 어른들의 ‘검은 마음’ 때문에 검푸러진 것 같다.
일본의 집요한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그들 나름의 후세를 위한 행위일 게다. 남을 탓하기 앞서 우리도 이 땅의 후손들에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 우리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가르치는 일도 후손을 위한 작은 실천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