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군가
1970년대, 젊은이들은 막걸리 집에서 군가를 많이 불렀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누군가 “사~나이로 태어나 할 일도 많다만…”하며 ‘진짜 사나이’를 흥겹게 시작하면, 옆의 친구도 따라 부른다. 막걸릿 집 아줌마가 달려와 “아직 10시도 안됐는데, 이러면 다른 손님에게 방해된다.”라고 뭐라고 그런다. 이 모습을 보던 옆 자리에서 “괜찮아요! 아줌마, 우리도 부르면 돼요.” 하며 “흘러가는 물결 그늘~ 아래 편지를 쓰고요…”하며 ‘해병대 곤조가’를 부른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자리에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쯤 되면 술집은 군가 경연장(?)이 된다. 그 당시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1960년대의 술자리에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노래들이 사랑받았다.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를 시작하여 낙동강, 추풍령, 삼팔선이 차례로 등장하는 ‘전우야 잘 자라’는 진중가요다. 전쟁으로 부모 형제 전우를 잃은 사람부터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가슴까지 울렸던 이 노래는 막걸리에 잘 어울린다.
작곡가 박시춘이 곡을 만들고 유호가 작사를 했다. 둘은 전쟁을 소재로 한 곡을 많이 남겼는데, 1.4 후퇴를 배경으로 한 ‘전선야곡’, 피난이 끝나 서울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 ‘이별의 부산 정거장’등이 그들의 작품이다. 유호는 서민들의 애환을 잘 그려낸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데, 대한민국 최고의 군가라 부를 만한 ‘진짜 사나이’도 그의 작품이다.
육군에 ‘진짜 사나이’가 있다면, 해병대에는 ‘해병대 곤조가’가 있다. 이 노래는 병사들 사이에서 만들어져 불려 오고 있는 구전 군가다.
군생활의 애환을 담고 있는 이 노래는 그리움, 성적 욕망, 자부심 등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가사가 다소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점잖은 자리에선 가사를 대충 얼버무리는 기교(?)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군가는 아니었지만, ‘인천의 성냥 공장 아가씨’가 있다. 코미디언 남보원이 잘 불렀던 이 노래는 “성냥공장 아가씨가 성냥을 치마 속에 감추고 나온다”는 외설적인 내용이어서, 한참 성(性)에 예민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노래였다. 하지만, 노랫말에 숨어있는 당시의 상황은 다소 슬프기까지 하다.
1917년 인천부 금촌리(인천시 동구 금촌동)에 일본인이 <조선 성냥>이라는 공장을 세우는데, 성냥의 독점화 때문에 한국인들은 기술도 못 배우게 했고, 성냥 1갑에 쌀 1되라는 비싼 값에 판매하였다. 1945년 해방을 맞아 수공업 형태의 <대한 성냥>이 생기며 인천은 ‘성냥공장의 원조’로 자리한다. 1960년대 만해도 성냥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필품이었고, 가격도 비 샀다. 공장을 다니던 10대 소녀들은 대개, 가난한 부모와 힘들게 공부하는 동생들의 학비를 위해 먹을 것을 아끼고, 입을 것을 절약하며 일하는 시골 출신들이었다. 그러다 명절 때, 고향 갈 생각을 하며 시골집에서 필요한 귀한 성냥을 가져 다 주고 싶은 마음에 성냥을 치마 속에 몰래 감추고 나오는 모습에 눈물겨운 애틋함마저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