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둘레길, '토롯길'

by 황현수


<토론토 둘레길 걷기> 프로젝트는 평소에 집사람과 동네를 걸으며, 내가 걷는 이 길을 이 동네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럼 이런 길을 함께 걸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일단 프로젝트 이름은 거창하게 <토론토 둘레길 걷기>라고 정했는데, 실행에 옮기려다 보니 우선 둘레길 뜻이 뭐지? 하는 의문이 생겨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곳 캐나다에서 걷는 길은 트레일(Trail), 워킹 트레일(Walking Trail), 하이킹 트레일(Hiking Trail), 디스커버리 웤(Discovery Walk)등으로 불려지는데, 우리말에는 둘레길 말고도 기가 막힌 이름이 많다. 우선 자랑삼아 읊어 본다.


올레길, 자락길, 바우길, 갈맷길, 나들길, 산꼬라데이길, 산막이옛길, 비렁길, 바래길, 늠내길, 여강길, 아라메길, 마실길, 거북이 별 보러 가는 길, 닭머르 해안길, 외씨 버선길, 땅끝길 등이다. 길 이름도 예쁘지만, 하나하나 마다 보석 같은 뜻이 담겨 있어 더욱 정이 간다.


둘레길은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라는 뜻의 둘레를 말하는데, 어느 지역이나 산의 테두리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주로 서울 지역과 지리산 지역에서 불려진다. 올레길은 제주도의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하여 큰길에서 집까지 돌(현무암)로 쌓은 골목을 나타내는 제주도 사투리다. 올레길은 제주도 해변을 따라 집과 집, 마을과 마을을 이어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연결된 코스이다. 강릉 바우길, 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로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하는데, 바우길은 강원도의 산과 하천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인간 친화적인 길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강릉 바우길 선자령 풍차길

부산의 갈맷길, 갈매는 부산을 상징하는 새인 갈매기와 짙은 바다색의 의미를 녹여 갈맷길이라는 이름 붙였다. 남해 바래길은 물 때에 맞추어 갯벌 등에서 해산물을 캐는 행위인 바래의 사투리로 갯벌로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나섰던 길을 말한다. 괴산 산막이옛길은 괴산댐이 생기면서 길이 막힌 옛 산막이 마을을 찾아가는 길로써 산 자락이 막은 오지 마을을 뜻한다.


자락길은 소백산에 있는 길인데, 자락은 ‘논밭이 넓게 펼쳐진 부분’을 이르는 말로, 소백산 아래 너른 구릉과 마을, 옛길을 이어 만든 길이다. 자락마다 경치가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걷기만 하면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다고 하여 자락(自樂) 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강화도의 나들길은 나들이 가듯 편하게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산길보다는 돈대(성곽 시설), 염전 밭, 들판 사이로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다. 군산 구불길은 말 그대로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형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구불길은 여유와 자유로움을 느끼며 오랫동안 머물기를 원하는 여행길이다.

영월 산꼬라데이길은 산 꼭대기를 이르는 강원도 사투리인 산꼬라데이에서 비롯하였는데 모운동 일대 산 꼭대기 탄광 길을 걷는다. 섬 길 중 가장 인기 많은 곳이 금오도 비렁길이다. 벼랑의 사투리 또는 바위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말 그대로 섬의 절벽 옆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노약자는 부담스러운 코스다.

소백 자락길.jpg 단양 소백산 자락길, 가을 단풍

시흥의 늠내길, 늠내는 고구려 시대의 사용하던 말로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뜻으로 시흥이 역사적 중심이 되는 도시라는 의미가 있다. ‘여강’은 여주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남한강을 여주시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따라서 여강길은 남한강의 여주시 구간을 둘러보는 길이다.


이외에 길 이름이 독특한 곳도 꽤 많다. 서산 아라메길의 아라와 메는 바다와 산을 뜻하는 옛말이다. 즉 서산의 경치 좋은 바다 풍경과 산이 어우러져서 걷기 좋은 길이 생겼다는 뜻이다. 변산 마실길은 동네, 마을의 사투리로 여러 동네를 이어서 걷는다는 의미가 되며 전라도권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 닭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고 붙여진 제주의 닭머르 해안길과 청송, 울진, 양양, 봉화군이 같이 조성하여 외시 버선처럼 길 모양이 생겨서 붙여진 외씨 버선길, 해남의 땅끝에서 시작하는 땅끝 길이 있다.


리치먼드 힐 오크리지(Oak Ridges), 토론토에도 깜찍한 둘레길 이름을 가지고 싶어서 '토롯길'이라 지어 봤다.

이 외에도 수많은 둘레길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둘레길을 정리하다 보니 토론토에도 깜찍한 둘레길 이름 하나는 있어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다. 토론토와 길을 합쳐 토롯길!, 토롯길?… 그거 괜찮네. 트로트 부르며 걷는 토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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