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메신저, 그 시작의 기술 #1
“야, 윤희진! 너 우리 규칙 안 지키면 앞으로 너랑 안 놀 거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얘들아? 갑자기 왜? 그리고 무슨 규칙?”
사실 규칙이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저와 함께 놀았던 친구들 중 어떤 무리가 저를 세워놓고는 이렇게 얘기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들이 다시는 나하고 놀지 않겠다는 말이 절교를 의미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저를 왕따 시킨 그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일진’이라는 무리였습니다. 그 그룹에 나를 넣을지 말지를 자기들끼리 정하고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의 ‘왕따’ 사건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겐 마음도 예쁘고, 생긴 것도 수수했던 다른 친구들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초등학교 친한 친구들도 같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1학년 때도 별 어려움 없이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2학년 때 엄청난 사건 하나가 벌어졌습니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사건입니다.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1월인가 2월인가 암튼 생일이 빨라서 학교를 7세에 입학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은 중학교 선배가 되었습니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같은 반 친구 한 명에게,
“있잖아, 3학년에 선희(가명) 선배 있지? 그 선배 원래 우리랑 나이가 같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지금 살던 동네로 이사 오기 전에는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살아서 친구처럼 지냈다. 집에 가서 같이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그랬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 것이 제게 얼마나 비참한 후폭풍으로 휘몰아칠지 말하는 그 순간에는 미처 몰랐답니다.
며칠 뒤, 통장 정리를 하러 교무실에 다녀오는 계단에서 나는 3학년 선배들이 몇 명 서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교실로 가려고 중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선희 선배가 저에게,
“야! 윤희진, 너 나랑 맞먹겠다고 했다며? 어디 나랑 붙어 볼래? 조그만 게 어디 선배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어? 나랑 네가 친구라고? 하∼ 얘들아, 이 애 어떻게 할까? 나 지금 엄청 기분 나쁜데…….”
두들겨 맞지는 않았지만, 그 선배가 한 말이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혔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교실 제 자리로 와서 앉았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나와 저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울고 말았습니다. 선배들에게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억울했지만, 더 화나고 저를 서럽게 했던 건 그 친구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히 그 친구에게만 말했으니 친구 말고는 그 선배에게 이를만한 아이도 없습니다. 그 배신감과 분노, 서러움으로 한동안 저는 중학교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어느덧 고등학교 진학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제게 면박을 줬던 그 선배는 중학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어도 그 학교에 가기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선배와 같은 고교 선후배로 만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제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의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시험성적이 좋지 않으면 후기 고등학교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제가 평소에 받는 점수로는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그 선배 때문에. 저라고 부모님 슬하에서 편하게 고등학교 생활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저 때문에 할머니와 중학교 다니는 동생도 함께 도시로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공무원이신 부모님은 고향에 계셔야 했습니다.
하여튼 ‘왕따’ 사건 때문에 저의 고교입학과 이사, 험난한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남동생도 갑작스런 전학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감사하게 동생은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참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5년을 오롯이 저와 남동생을 키워주셨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왕따’ 사건과 할머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네요. 사춘기 예민했던 저의 중·고등학생 시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 일을 쓰고 나니 조금은 상처가 아문 것 같네요.
여러분도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이 있나요? 물론 없으면 좋지만, 있다면 한 번 저처럼 종이 위에 적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쓰고 나면 후련해질 것입니다. 과거의 아픔이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 치유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춘기 자녀가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남모를 아픔을 움켜쥔 채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다가가세요. 그리고 꼭 한 번 안아주길 바랍니다. 아픔이 눈 녹듯 사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