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일기 쓰기 숙제를 내어 주면 나는 참 그것이 하기 싫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꼭 독후감상문을 써 오라는 숙제를 해야 하면 어찌 그리 책 읽는 것도 부담되고 싫었는지……. 아마도 스스로 좋아서 해야 되는데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았나 싶다. 숙제를 위한 일기를 쓰다 보니 정작 일기가 일기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일기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독후감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오롯이 나타내면 좋은데, 줄거리를 왕창 쓰고 마지막에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끝마쳐지기가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유치한 독후감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일기 쓰기를 거의 숙제로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 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독후감도 마찬가지다. 독서기록장이라고 해서 학년 초에 노트 같은 걸 나눠주기는 하지만, 1권을 다 채우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딸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다. 딸이 중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서기록장을 받아 왔는데, 졸업할 무렵에 보니 4분의 1도 다 채우지 못했다. 3년 동안. 세상에. 방학 때 숙제가 있으면 했을까 거의 평소에는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독서기록장은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여러 형식으로 독서기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잘 만들어져 있음 뭐하는가?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사실은 책을 읽고 기록하는 걸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숙제가 있으면 억지로 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책의 재미에 푹 빠져 살다 보니 책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적게 되고, 블로그에 서평도 쓰게 되었다. 서평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책에 나오는 좋은 구절은 필사하고, 필사한 내용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나열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서평을 쓰면 쓸수록 생각의 깊이가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이웃들의 반응도 좋고, 피드백을 받으니 좀 더 잘 쓰고 싶어지는 욕구도 생겼으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나는 블로그에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이 욕구가 채워졌다.
매일 감사일기를 비롯하여 나의 생각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여름 정도였다. 한창 책 쓰기를 한답시고 막 시작을 했을 때이고, 또 유튜브도 했던 때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구독자 수가 너무너무 느리게 올라갔다. 그런데 블로그에 글을 거의 매일처럼 올리게 되니 이웃수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내가 이웃수를 향상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이웃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수락을 누를 때의 그 쾌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뭐 아직 글 쓰는 현재 시점에서 3000명이 채 안되어 4000명, 5000명 이상 되는 블로거들만큼 영향력이 있거나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수익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니까 난 이대로 만족한다. 물론 이제는 욕심이 난다. 이웃이 많아져서 나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지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도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하나씩 올리면서 나는 꾸준함이라는 것을 훈련했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잘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정말 지금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너무 좋다. 그리고,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블로그를 아직 하고 있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나는 꼭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단 몇 줄이어도 괜찮다. 감사일기를 기록해도 되고, 좋은 책을 필사해보는 것도 좋고,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올려보기를 추천한다. 처음에 공개되는 게 싫으면 얼마간 비공개로라도 써보기를 추천한다. 그런데 비공개보다는 공개로 해서 나의 글을 피드백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피드백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내 필력이 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엄마는 글쓰기를 전혀 하지 않는데, 아이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백 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먹히지 않는다. 엄마가 일기를 쓰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할 때 아이도 보고 배우는 것이다.
21세기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사람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잘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창의적인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가, 소설가, 작곡가 같은 사람들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사라질 직업을 위해 자녀들을 준비시킬 것인가? 아니면 창의적인 인재로 키울 것인가? 엄마의 교육관에 따라 우리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 유튜브를 정말 자주 시청한다. 유튜브를 시청만 하는 사람들은 모두 소비자이다. 그렇다면 생산자는 누구인가? 바로 유튜버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인기 직업이 아니었다. 내가 유튜버로 살아봐서 아는데 유튜브를 하는 것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직업이 아니다. 대본 써야지, 촬영해야지, 영상 편집해야지, 업로드할 때 설명 또 써야지 등등. 물론 먹방처럼 따로 대본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유튜브 방송도 있긴 하다. 그래도 기획력이란 게 필요하다. 기획력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꾀하여 계획하는 능력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기획력에서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바로 언어 능력이다.
자녀들에게 매일매일 글쓰기 습관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바로 엄마가 먼저 글 쓰는 사람이 되면 된다. 엄마는 글 쓰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 일기 써라, 독후감 써라 소리 질러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다이어리에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을 보여주라. 블로그에 감사일기 세 가지 이상이라도 꾸준히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라. 그런 것을 본 자녀들은 본인들도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습관 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전혀 글쓰기를 하지 않던 사람이 글 쓰는 것이 쉽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도 습관을 들여보려고 21일, 66일, 100일 이렇게 쓰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나를 만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보상을 주면서 습관을 들여보도록 하자.
내 딸은 노트 정리를 깔끔하게 잘하는 편이다. 노트 정리한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다. 그래서 친구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딸의 노트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한다. 노트 필기하면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보면 아무래도 글로 그냥 읽었을 때보다 훨씬 기억에도 오래 남고 좋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분명히 공부를 잘 못하는 친구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적극적이다. 책을 읽어도 능동적으로 읽는다. 메모를 하거나, 노트 정리를 하면서 공부한다. 그러나 공부를 잘 못하는 친구들은 매사에 다 수동적이다. 인강 학습 담임교사를 하면서 어머니들과 상담을 할 때도 꼭 말씀하시는 것들이 있다.
“선생님, 우리 애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인강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하소연을 하신다. 나는 전화로 관리를 해주는 거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 단, 조언은 해 드린다.
“어머, 우리 친구가 수동적인 학습을 하지 않도록 문제집도 구입해 주시고, 노트 필기하면서 들으라고 해 주세요. 그러면 능동적인 학습이 되고 효과적일 거예요.”
글 쓰는 것보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것을 읽는 것이 힘이 적게 들 수는 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보다 내가 글을 쓰면 나의 실력이 향상되고, 공부도 훨씬 많이 된다. 매일 한 줄 글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만큼 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과가 잘 나오려면 매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해야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나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