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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가 말하는 워라밸의 치명적 문제점

롭 무어, <레버리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워라밸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8년 2월에 주당 법정 근무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사회문화적 풍토가 크게 바뀌어 가는 실정입니다. 대기업 근무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환영하는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투 잡을 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불평합니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중근무시간제 도입 등 다양한 제도 변화를 시도 중입니다. 늘어난 저녁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잡으려는 노력도 활발합니다. 퇴근 후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 책을 내는 경우 늘어나고 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제 변화의 거대한 물결은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합니다.


그런데 워라밸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를 옥죄는 사슬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한둘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오늘 살펴볼 롭 무어(Rob Moore)가 한 말이라면 귀담아들을 필요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노드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프레이징(phrasing) 하지 못한 개념을 이 젊은 백만장자가 과감히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투는 매우 밉상스럽습니다. 워라밸에 환호하던 저도 듣기가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의 결론을 알고 나니 그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롭 무어는 영국의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의 책인 <레버리지>, <결단>, <머니> 등은 한국에도 번역되어 나와 있습니다. 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교육회사를 운영 중이며, 자신의 '레버리지' 철학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은 <레버리지>(다산, 2017) 가운데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망상」입니다.


우선 롭 무어가 워라밸을 문제 삼는 이유부터 분명히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워라밸을 비난함으로써, 그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비하려 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보다 워라밸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로부터 주입된 사이비 프레임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평일 근무와 주말 휴가는 사회가 규정한 것이다.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하고 오후 6시에 끝내는 것은 기업이 규정한 것이다."(32쪽)

대다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게 현실인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할 것입니다. 그러나 롭 무어는 사회가 만든 매트릭스에 우리가 갇혀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타이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라면, 매트릭스 대신에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썼겠군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갖습니다. "만약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즐겁고, 회사가 정한 출퇴근 시간에 불만이 없다면 어떨까? 그래도 내게 문제가 있는 까?" 롭 무어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그는 이럴 경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가 문제시하는 점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보다 더욱 시급한 사안은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절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없습니다. 그는 무조건 일을 줄이고 삶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하우투 워라밸>(미래의 창, 2018)의 작가인 안성민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워라밸이 일 못하는 사람들의 핑곗거리로 쓰이지는 않아야 한다. 우리가 Life and Work Balance가 아니라 Work and Life Balance라고 말하는 이유는 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반드시 의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10쪽)   


 이 때문에, 롭 무어는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찾기에 앞서, 진정 가슴이 뜨거워지는 워크를 찾고 거기에 몰입(flow)하라고 충고합니다. 진정 매달릴 가치가 있는 일을 찾고, 나머지 일들은 타인에게 레버리지(아웃소싱)할 것을 주문합니다. 레버리지는 대가 없이 타인에게 업무를 강요하는 열정 페이가 아닙니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 일들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위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게리 켈러가 <원씽 The One thing>(비즈니스북스, 2013)에서 말하듯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바로 그 일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10개라면, The One Thing을 시작으로 차례를 매깁니다. 중요한 일만 내가 처리하고 나머지를 레버리지 하지 않으면, 일과 삶의 균형은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찾고 나머지 일들의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으면, 모든 일들에 동등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일과 삶의 붕괴입니다. 업무 시간의 단축은 결코 내게 워라밸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그는 파레토의 20/80법칙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일들을 중요한 순서로 나열한 뒤, 상위 20%의 일에 80%의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합니다. 나머지 80%의 일은 가급적 타인에게 위임해서 레버리지 합니다. 그래야만 일을 제외한 삶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히 확보됩니다.


결국 롭 무어는 워라밸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진정한 워라밸을 살기 위해서 먼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말합니다. 그의 말투는 밉살스럽습니다. 자신감이 넘쳐서 오만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분명히 들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날 직장을 그만두고 스마트 스토어 사장이나 디지털 노드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특히나 와 닿을 이야기입니다. 이에 롭 무어의 <레버리지>를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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