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체질이지만 아이만 키우고 싶지는 않아
온라인 경제책 읽기 모임을 하며 가장 내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친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경제책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였다. 이미 나는 아이 시절을 졸업한 지 오래되었지만,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 늘 아이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어린이 책에 대한 열린 마음 덕분에 만난 책이었다.
책 속에서 키라가 성공일기를 쓰며 변해갔듯 나의 삶도 성공일기를 쓰며 변화시키고 싶었다. 이름은 거창해보이지만, 성공일기라고 해도 별 대단한 것은 없었다. 초반의 성공일기 내용은 이랬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잊지 않고 기한 내에 반납했다.’, ‘23번 째 임산부 요가 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의 성공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소한 매일의 개인의 성공을 기록했는데, 신기하게도 쓰다 보니 성공일기의 방향이 경제적으로 성취하는 기록이 되어갔다.
성공일기를 쓰며 그동안 언젠가 쓰고는 싶었지만 미뤄만 왔던 ‘가계부를 꾸준히 쓰기 시작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며, 우리집 살림의 문제점을 직면하고 왜 아껴 쓰는 것 같은데도 늘 돈에 허덕이는지 문제를 파악하기도 했다. 우리집 생활비 지출의 주범(?)인 외식비를 줄이기 위해 녹에게 도시락을 매일 싸주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성공일기를 쓰며 배달 음식을 점점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서 그것을 기록해왔고, 지금까지도 배달 어플은 다 지우고 배달 음식을 멀리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임당이라 식단 관리를 해야했는데, 매일 나와의 싸움이었던 식단 관리를 성공한 날 스스로에게 엄청난 칭찬을 부어줬고 그게 꾸준히 식단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성공일기 역시 공개적인 블로그에 기록했다. 소소한 성공이지만, 정말로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썼더라면 작심삼일이 됐을 듯 싶은데, 누군가 함께 쓰는 동료가 없었음에도 댓글로 격려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누가 시켜서 쓰는 건 아니었고 안 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성공일기를 매일 써야만 하루를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나날이었다.
성공일기를 계속 쓰다보니 성공의 스케일이 처음부터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소소하게 돈을 갉아먹지만 알아보기는 귀찮았던 일들을 하게 되었다. 가령 핸드폰 약정 요금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지 알아보는 것 같은 일이랄까. 어렵게 느껴졌던 공모주 청약이라는 것도 시도해서 사보고 소소한 수익을 보며 매도에도 성공했다. 수익률도 공개했더니, 댓글로 주식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또 뭐 할만한 게 없나 열심히 찾아보았다.
머리 아프게만 느껴졌던 집안 물건 정리도 조금씩 시도하며 점점 집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집안 정리하고 물건을 팔 수 있는 것들은 당근 마켓에 올리고 그 결과를 적어 공유했다. 이 작은 성과도 잘했다며 칭찬해주는 이웃이 한 두분 있었다. 이 칭찬이 어찌나 단비 같던지.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인정도 아니었건만 이 시절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 평범한 집안 살림이 특별한 성과가 되어가는 기분도 들었다.
성공일기를 쓰며 가장 큰 성과는 녹과 내가 결혼 전 각각 샀던 차가 한 대씩 있어 우리 집에 총 차가 두 대였는 데, 이 중 한 대를 처분했다는 것이다. 차가 두 대가 있으면 편할 때가 분명 있고, 한 대인 지금 불편한 순간들이 많지만 차 한 대가 되니 여기에 적응해 살아가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던 경차의 유류비 포함 1년 유지비는 총 200만원 정도였다. 고작 200만원? 이럴 수도 있겠지만 차를 없앤지 4년이 지났으니 차 한 대를 처분함으로서 세이브한 비용은 800만원인 셈이다. 성공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과연 차를 처분할 수 있었을까. 아마 차 두 대를 갖고 편하게 사용하면서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성공일기를 쓰며 남에게 보이는 성공이 아닌, 내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자유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부자가 되는 과정은 누구나 관심이 있기에 나의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의 성공에서 소소한 경제적 성공의 기록이 되어가며 점점 이웃분들의 관심이 진짜로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사회에서 반 고립 상태인 육아휴직을 하는 엄마는 작은 성공도 기록해나가며 춤추듯 키보드 위에서 손을 놀렸다.
아직도 내가 아이 낳고 잘한 것이 뭔지 떠올리면 성공일기 쓰기가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온다. 하루 이틀 쓰다 만 게 아니라 한동안 꾸준히 썼던 것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줄 점이다. 아마 성공일기도 나 혼자 쓰는 일기장에 했더라면 이렇게 지속하기 어려웠겠지만 몇 개월을 지속하며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지켜 봐주고 응원해주는 함께의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