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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또 올 줄은 몰랐지

by 하영

그렇다.

또 와버렸다. 남태령에.


지난 남태령대첩 때도 나는 남태령에 왔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지만 시민 간의, 소수자들의 연대를 체감했고, 운동에는 큰 변화가 생겼더랬다. 힘들지만 좋은 기억으로 과거에 남길 수 있었는데, 이놈의 나라는 내 기억을 아름답게 놔두질 않는다.

파면을 미루고 미루다가, 거부권을 사용하고 사용하다가, 시민을 무시하고 무시하다가 결국은 우리를 또 남태령으로 불러 모았다.


사실 남태령이 연대의 상징이 된 이후로 시간이 지나며, 단단한 연대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파이를 따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선택적 연대를 원했으며, 남태령을 모르는 이들은 아예 연대를 거부하거나 부수려 했다.


모두가 지칠 만큼 지쳤으니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다시금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서로를 위로하고, 누군가 나를 비난할 때도 나의 뒤에 내 편이 있음을 알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자. 나와 서로를 돌보자. 내가 살아야 적을 이겨낸다. 다 웃으며 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나!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김밥을 주워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쓰는 브런치 글이라 두서가 없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이런 게 현장감이지!


+극우세력이 영상을 찍으며 키득거렸다. 나 유튜브 데뷔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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