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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Oct 31. 2020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예전에 한식뷔페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아주 부끄러운 감정이 들게 한 손님이 있었다.

뷔페는 알다시피 손님이 각자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덜어 먹는 형태의 음식점이다.

이 곳에서 나는 음식이 떨어지면 채워 넣고, 주변 청결 등 손님들이 드시는 음식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접시를 집어 들고 음식을 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주위에 서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누군가 나를 툭툭 치며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건장한 성인 남자 한 명이 집게를 들고 음식 앞에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계속해서 나에게 "도와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하며 묻자 남자는 또다시 집게로 앞에 있던 음식을 가리키며 도와달라고 말했다. 음식 집는 걸 도와달라 하기엔 이미 그 남자가 들고 있는 접시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담겨있었고, 나는 '정상적인 어른이 왜 나한테 음식을 퍼달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서있었다. 

 결국 남자로 인해 음식을 얻으려 기다리고 있는 줄이 길게 늘어졌고, 뒤에 있던 한 손님은 남자가 들으라는 듯 "음식 정도는 직접 집어 먹지.." 하며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나를 쳐다보며 해달라는 듯 집게만 내밀었다. 결국 나는 남자의 뒤로 점점 더 늘어지는 줄을 해결하고자 남자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 그때 저 멀리서 한 중년 여자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왔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남자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남자가 사라진 뒤 음식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점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나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다 다시 그 남자와 중년 여성이 있는 자리 근처로 가게 되었다. 남자는 중년 여성이 숟가락에 얹어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고, 중년 여성은 계속 남자의 숟가락에 음식을 얹어주며 말했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서있으라 했잖아. 그리고 어려울 때는 사람들한테 도와 달라고 하라 했잖아. 했어?"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밥을 먹었다. 나는 그제야 남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남자의 겉모습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아까 음식 집기가 어려웠던 남자는 그간 엄마에게 배운 대로 나에게 "도와주세요." 하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아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무안한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라고 수도 없이 배웠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차가운 시선을 내뿜은 것이 부끄러웠다. 아마 뒤에서 중얼거리던 손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그러한 말을 들리도록 중얼거렸을 것이다. 저 날을 통해 나는 따듯한 시선을 실제상황에서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에 대한 연습과 조금 더 넓은 생각의 필요성을 느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많은 교육을 받으며 실천하고 있다.

또한 우리도 따뜻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관련된 책들이나 교육을 너무나도 많이 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연습 부족으로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회를 사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앞으로 계속해서 따뜻한 시선과 편협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연습을 할 계획이다.

혹시, 동참하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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