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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Dec 10. 2020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 신경 쓰는 것

 출퇴근 시간에 북적이는 서울 지하철을 탈 때면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나는 종종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속으로 '내가 보는 저 사람의 마지막 모습' 이란 생각을 하며 볼 때가 있다. 나에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미치고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신기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은 모르는 사람으로 지나치지만 이 사람들 중 나중에 알게 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약간 소름이 돋는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것은 간간히 있지만 정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중 최고봉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일 것이다. 인간관계는 매우 유동적이기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말 알 수가 없다.  회사, 가정, 학교, 동네 등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모르겠다.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도 생각의 밑바탕처럼 깔려 계속 생각하게 되고, 이는 삶에 무기력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인간관계를 쌓아간다.

내가 정한 관계 맺기의 규칙은 딱 한 가지이다. '나중에 봤을 때 껄끄럽지 않은 정도만 해두자.'

겉으로 보기 많은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이 보이지만 넓고 얕은 인간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나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정말 친하다 느끼는 친구는 몇 없다. 예전에는 무조건 친구가 많은 것이 좋았고, 쉽게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표현하며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왔었는데 어느 날 문득 친구의 배신과 함께 내가 사람을 대할 때 진심보단 가식이 많다는 생각이 든 후부터는 얕고 넓은 관계보단 깊고 좁은 관계를 선호하게 되었다. 또 학창 시절 정말 성격이 정반대인 친구와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아등바등 지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나 컸던 경험 이후에는 억지로 결이 다른 사람과 맞추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위의 규칙이 생기게 되었는데 사실 이 규칙을 정한 초반에는 이게 정말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이러다 기댈 친구 한 명 없는 게 아닐까?" 

"너무 정 없이 사람을 대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규칙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은 후에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상했듯이 인간관계는 정말 단순하고 좁아졌지만, 그 관계 속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은 더 컸기 때문이다.

또 가식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나와의 시간을 전보다 더 많이 가진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정말 계속해서 나의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면 잠시 멈추어 나만의 관계 맺기 규칙을 재정비해보자.

이 규칙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꽤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평적인 사람과의 관계, 상하관계에 놓인 사람과의 관계, 결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받는 일은 절대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정말 피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유연하게  대처하되 곪지 않을 선택을 한다.


상처를 준 대상과 직접 부딪히며 딱지를 만들거나

대상에게 같은 상처를 주거나

잠시 대상을 피해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셋 중 나쁜 것과 좋은 것은 없다.

그저 그 상황에서 나의 상처가 곪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아무런 이유 없이 어색해질 수도 있고,

절대 친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도 있으며

나를 힘들게 했던 직장상사가 퇴사 후엔 길거리를 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

만들어 두었던 인간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휴!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신경 쓰지 말자.

계속 신경 쓰일 거라면 차라리 엄청 신경 쓸 테니 알아서 잘 지나가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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