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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Oct 31. 2020

내 한계를 당신이 왜...?

 하마터면 타인이 정한 한계에 속아 삶을 결정할 뻔했던 적이 있다.


 19살 끝자락 처음으로 친구들과 같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나는 너무나도 볼 거 없는 성적과, 처음 들어보는 대학교들을 화면에 띄운 채 진로를 선택해야 했다.  기대보다 못 미치는 나의 성적과 대학 리스트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던 찰나에 '실기전형'이라는 대학 입시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 문예창작과에 실기전형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며 알아봐 달라 부탁드렸고, 선생님은 새로운 대학 리스트를 가져오셨다.


 그중 제일 나은 대학교를 몇 개 골라 넣었고,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한 전문대를 쓰고 싶다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나를 정말 의아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시며 말했다.


"게민아, 여긴 정말 글 잘 쓰는 애들만 가는데야. 따로 전문학원 다닌 적 있니? 그렇지 않으면 가기 힘들 것 같은데... 다른 과에 지원해 보는 건 어때?"


 솔직히 선생님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따로 글쓰기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그렇다고 학원에 다니는 애들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첨삭받으며 써본 경험도 없었다.  아마 선생님은 이상보단 현실적으로 대학에 지원해야 함을 잘 알기에 그런 말씀을 한 거였겠지만 나에게는 참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내 글을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왜 내 한계를 긋지?' 하는 건방진 생각이었다.  


 그날 하교  나는 문구점에 들러 200 원고지를  묶음   저녁 내내 인터넷에 나와있는 문예창작과 실기 시험지를 살피며 글쓰기 연습을 했다.  결과 나는 선생님이 가기 어려울 거라던 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하게 되었고, 나는 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선생님에게 달려가 말했다.


"선생님 저 그 어려운 학교 붙었어요."


 사실은 반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타인에게 한계를 그었던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친동생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과학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학을 가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동생은 수학을 잘하지 못했고, 사범대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높은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동생에게 사범대에 가긴 어려운 성적과 가더라도 많이 어려울 테니 차라리 조금 더 가기 쉬운 과를 선택하라 조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생은 사범대학교의 문을 닫으며 대학 진학에 성공했고, 이때 나는 또 한 번 타인에게 쉽게 한계를 긋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던 것 같다.


 아마 동생이 내가 그어 놓은 한계 안에서 대학 진학을 생각했더라면 원하는 사범대에 입학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선생님이 그어준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다른 과에 지원을 했더라면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작가라는 꿈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삶 속에서 타인에게 한계선을 그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한계선을 그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또 어쩌면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스스로 한계선을 긋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우리는 한계선에 갇히는 순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삶 안에서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나를 포함해 함부로 나의 한계를 긋는 타인에게 조용하고 품위 있게 말해주자. 


"내 한계를 왜 당신이... 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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