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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Nov 09. 2020

빠른 게 왜 좋으세요?

  우리나라에 살다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모든 일이 빠르게 돌아간다.

인터넷, 택배, 엘리베이터, 물건과 돈의 환불 속도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익숙해져서일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잊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를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왜 빠른 걸 좋아하는 걸까? 정말 빠르면 얻는 게 많을까?

 물론, 나 또한 한국인으로서 빠른 속도의 삶을 지향하며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뉴스에서 배송업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관한 내용을 듣거나 생활 속에서 잠깐의 정체가 생길 때 쉽게 짜증과 화가 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나와 우리의 삶 속의 빠르기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외출을 하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보통 1-2분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유독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운이 좋지 않아 기다림이 길어졌다. 어딜 급하게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평소보다 자주 멈추며 올라갔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갑자기 엄청난 짜증이 진심으로 치밀어올랐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드디어 엘리베이터는 내가 있는 층으로 다가왔고,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확인하고자 시계를 보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던 시간은 고작 '5분' 이였다. 영상을 볼 때나, 쉴 때 혹은 일을 할 때의 5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심지어 평소 기다리는 시간보다 고작 2-3분 정도 더 기다렸을 뿐인데 짜증이 치밀어 오르다니, 스스로에게 민망함을 느끼는 동시에 내 현재 삶의 속도가 너무 빨라 내 안에 여유가 없음을 체감했다.

 뿐만 아니라 요즘 뉴스에서 배달하는 분들의 위험한 오토바이 운전과 택배 배송업체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관한 내용이 자주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은 '빨리해주세요.'라는 말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뉴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다음날 아침 일찍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를 보고 있자면 참 반갑다는 것이 현재 내가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모순이다. 아마 나 말고도 빠른 속도에 적응되어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겪는 모순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빨라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에 인성이나 배려 등 작은 여유에서 나오는 것들을 같이 실어버린다면 점차 나쁠 건 없지만 좋은 건 아예 없는 그저 빠른 사회만이 만들어질 것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느긋한 여유시간을 따로 만들어 가지겠다는 건 일회용적이고, 모순적인 생각이며 빠르게 지나간 삶 속에서 놓친 것들을 나중에 만들어진 여유시간에 다시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빠른 속도 속에서 건강한 사회와 개인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삶 속에 여유라는 정체구간을 만들어 적당한 삶의 빠르기를 찾아가야 한다.

 

 정체구간을 만들기 어렵다면 잠깐이라도 지금까지 빠르게 달리며 흘렸던 것을 생각해 보자.

인내심, 배려, 가족, 자아 등••• 생각보다 많을 것 이다.

만약 생각나지 않는다면 스스로 질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빠른게 왜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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