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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May 06. 2022

농부가 되고 싶었다

내 귀에 들린 땅 소식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 이유가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고 싶다'가 먼저였고, '어떻게'가 그다음이었는데, '왜?'였는지는 잊었다.


생각의 꼬리를 더듬어 '왜?'를 찾다 보니 도시 생활의 답답함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빈틈없이 들어선 빌딩이 답답했고,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이 쳇바퀴 같았다. 도시 생활과 반대되는 삶을 생각하니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가득한 시골이 생각났다.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지만,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건 막연하고 막막했다. 가족들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지만, 난 내 땅에서 짓는 농사를 원했다. '내 집'이라는 말이 주는 뿌듯함처럼 '내 땅'이 주는 기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 땅을 빌려 쓰면 되지 않냐는 물음이라면, 1996년 이후 구입한 농지에 대해서는, 개인 간 임대차가 불가하다. 개인이 서로의 땅을 빌려 쓰기 위해서는 농지은행에서 임대수탁이라는 제도를 통해 땅을 빌려야 한다.


그냥 대충 같이 농사지으면 되지?

라는 물음에는 내 땅이 아닌 이상 농작물 보험이나 다양한 혜택면에서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런 구체적인 것까지 생각하며 농지를 알아봤다기보다는 농사를 지으려는 마음이 생기며 구체적인 것들을 알아보다 알게 된 사실들이다. 제도적인 이야기도 귀농일기를 통해 차차 나누려고 한다.


여하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농지를 알아본 지 1년 만에 땅 소식이 들렸다.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를 알아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농지 구입 시스템이기에 더 더뎌졌다.


시골에서 땅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소문이다. 네이버와 같은 검색사이트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지만, 그렇게 인터넷에 올라온 땅이 내가 사는 지역에 접해있을 확률은 희박하고, 설령 그런 땅이 있다 해도 현지 시세보다 값이 훨씬 비싼 경우가 많으며,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위치에 땅이 있는 경우들이 흔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내 주변에 땅을 산다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인터넷이라는 곳을 통해 광고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 입소문을 들어보려고 애썼지만, 내 귀에까지 소식이 오기는 힘들었다. 좋은 땅은 소식을 들은 사람이 곧바로 사갔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4월, 드디어 내게도 '내 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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