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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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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Oct 24. 2023

힘들 땐, 한 치 앞만 보세요

아침이 올 때까지

새벽 5시 40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각이다.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어 조금 이른 출근을 한다. 까만 하늘을 보고 출근하고, 까만 하늘이 될 때 집에 도착한다. 요즘은 오후 6시만 돼도 해가 지기 때문이다.

이른 출근을 하며 일출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일출을 보기 위한 통과의례로 안개를 마주친다. 처음 짙은 안개를 만났을 때는 움찔했다. 정말이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차선에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앞차가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앞차의 후면 불빛에 의지하면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그 이상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보려고 하면, 더 위험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집중해서 가다 보면,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저 멀리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이 보이기 시작할 때면, 주변 어둠이 걷히며 온전한 아침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안개와 마주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안개 앞에 긴장감은 줄어들었고, 시선은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곧 사라질 안개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 최선이라는 것은 앞을 보고 집중해서 가는 것이다. 안개를 대하는 자세를 익힌 나를 돌아보며, 삶의 자세를 되짚어 본다.

힘들고 지치면 먼 미래를 생각하라고 하지만, 오늘 든 생각은 그 반대다. 지금 힘들고 지친다면, 그냥 오늘 하루만 산다 생각하고 다른 모든 것은 잊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를 생각하며 살다 보면 하루를 살아내기 어렵다. 아니, 오늘 하루를 버티기 버거워질 뿐이다.

힘들면 한 치 앞만 보고 살아야 한다.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내 앞에 놓인 일들만 생각하고, 먼 미래의 일과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바라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올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안개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걷히듯,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며, 힘든 일도 좋은 일도 언제나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면, 오늘만 살아보길 바란다. 안개는 언젠가 걷힐 거니까. 안개를 마주했다는 건, 곧 환한 아침이 밝아 온다는 뜻이니까. 그걸 믿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는 힘을 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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