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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강경재
Nov 17. 2024
낙엽 단상
앙(仰) 이목구심서Ⅲ -8
낙엽 단상
1. 낙엽은
식어버린 태양의 눈꺼풀
타다만
눈물 자국이
다.
그러니 그 눈물 함부로
밟지
말기를
.
2.
이파리를
모조리 벗어버린
참나무의
홀가분함이란
.
마른 뼈를 좌우로 흔들며
연신
비질을 한다.
3.
낮엔
바람과
구름의 이마를
,
밤엔
별의 얼굴
을
닦았던
손수건들
4
. 밟히는 낙엽마다 새우깡 깨무는 소리
발 밑에서
살아나
는 풋풋한 고소함
5
.
땅 위에
울긋불긋
화려한
주검
들
나
의
죽음은
오로지
나의
소유물
나뭇잎의
추락
은
가볍
고
황홀
하다.
6
.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낙엽은 우리를 허무주의자가
되게 한다.
삶을 의심하게 한다.
생이 이처럼 가볍다니
.
헛되고 헛된 게 삶이라고 몸으로 외친다.
이들
은 위험한 선동가
,
허무를 외치는 낙엽의
함성
을 막아야 한다.
백주 대낮
거리의 사람들
더 이상 유혹하지
않도록 격리해야 한다.
그래서 인류는 낙엽 치우는 직업이
필요하였다
.
나라와 세계를
무의미의 수렁에서 구해내는
청소부는
최전방의 군인이다.
낙엽을
쓰는 그는
치명적인
위험물 제거
전문가
다.
마음을 좀먹는 전염병을 물리칠 백신이다.
낙엽은
진실
의
의표
다.
세상보다 영원을 보라는
'
광야의 외침
'
이다.
7
. 쓸어내도 또다시 마당을 채우는 낙엽은
화려함으로 통칭되는 강함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바람 한 점에 쓰러지는 몸이었던가.
생명의 싱그러움은 썰물처럼
사그
라진
다.
8
. 달빛
쏟아지는 빈 나무의 폐허는 비장감을 준다.
나무 아래에
서면 늘 서늘하다.
9
. 낙엽 밟는 소리는 몸 안에 갇혀있던 풍경이
부서지
는 소리다.
나무가
미처
내뱉지 못한
언어가
새어 나온다.
10
. 높고 푸르러 두꺼워진 창공에
낙엽
떨어져
깊어가
는 가을의
마음
계절
은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
가는
것일까
1
1
. 무기력한
낙엽
의 낙하는 날 닮았다.
여
느
평범
한
일상에서
추락하
고
중력조차
외면하는
나
한없이 강변을 뒹굴고
있다.
12. 낙엽을 바라보는 나무의 마음을 본다
.
바람에
기름처럼 끓고 있는
낙엽은
한 때의 욕망이다
.
13.
나의 가을
어떤 물감을
몸에 두를
까.
한 장 낙엽 되어 단단한 허공 깨물어주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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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가을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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