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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y 18. 2024

2쇄는 어떻게 찍어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지난 주 레터에 이어, 전 배달의민족 CBO였던 장인성님이 운영하는 인성상담소에서 저는 한 가지 고민을 더 털어놨습니다. 바로 작가로서의 커리어입니다.   


저는 두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지만, 두 권 모두 2쇄를 찍진 못했어요. 한 마디로,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죠.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직도 아니고, 인스타나 유튜브 구독자가 몇 십만 명 되는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저의 글만 믿고 출간을 결정해주신 두 출판사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이제는 정말로 2쇄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2쇄는 어떻게 찍을 수 있는 걸까요? 



먼저, 제가 에세이스트로서 살아가는 근원에 대해 고찰해보겠습니다. 잘 팔리지도 않는 글을 6년째 꾸준히 쓰고 있는 걸 보면, 저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닌 게 확실합니다. 매번 '그만둘까?'라고 생각하면서도 9달째 한 주도 빠짐없이 일글레를 발행하고 있는 걸 보면, 독자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지 않은 강력한 마음도 있고요. 


저의 정체성을 떠올리면 늘 '작가'라는 이름 옆에 '회사원'이 붙어 있었습니다. 회사원이 되지 않았더라면 에세이스트도 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불안정한 작가를 겸할 수 있게 해주었고, 회사원으로서 경험한 가지각색의 일들이 좋은 글감이 되어주었으니까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도, 회사원인 저를 에세이스트로 만들어준 가장 강력한 요인은 '회사원'이라는 평범하고 무딘 이름 속에서 저만의 무언가를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나라는 사람을 그냥 '회사원'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억울하고 슬픈데, 사실 저조차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거든요.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글로 기록하는 사람(지금의 나)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거의 나)보다 모든 요일이 더 행복하다는 걸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쓴 글이 말해주었어요. 나는 그냥 월화수목금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 아니라고.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어마어마한 꿈이 있는 사람이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할 무한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저는 이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두 권의 책을 썼고, 지금은 매주 일글레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지칠 때도 있지만, 이 일이 진심으로 즐겁고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모든 회사원들이 에세이스트가 되는 그날까지요.


지난 두 권의 에세이 모두 만족도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2쇄를 찍기엔 홍보성이 부족하다는 것. 인성님도 저와 같이 두 권의 책을 출간하신 에세이스트이셔서 그런지,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셨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2쇄를 찍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인 듯 했습니다. 책을 많이 팔려면 작가의 홍보 능력이 중요하니까요. 그렇다면 나도 유튜브를 찍어볼까? 인스타 릴스를 찍어볼까? 매주 에세이스트와 인플루언서라는 시소를 타보지만, 저의 시소는 늘 한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일단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집중하라는 쪽으로요.


자, 그럼 이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저는 왜 2쇄를 찍고 싶은 걸까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내가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자는 이 말이 모든 사람들 마음에 새겨졌으면 좋겠어.


작가 무과수 씨의 말처럼, 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메시지가 담긴 글이 더 많이 팔려야 하고 제가 더 유명해져야 할 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오죽하면 일본에 <중쇄를 찍자>라는 드라마가 나왔을까요? 모든 작가들의 고민일 2쇄를 향해, 저는 오늘도 글을 써냅니다.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입니다. 일글레 구독 하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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