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를 매주 수요일마다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보내드린 지 어느덧 열 달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거 알고 계셨나요? 일글레를 통해 보내드린 글은 같은 주의 토요일, 브런치에도 발행이 되고 있습니다. 즉, 이메일 구독하지 않더라도 브런치를 통해서도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행자인 저는 왜 굳이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아직 브런치 외에는 일글레를 홍보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브런치 구독자가 일글레 구독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으니 열 달 동안 이메일 구독자가 아주 크게 늘지도 않았고요. 그렇다면 브런치에만 글을 발행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열 달 동안 내심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메일 보내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일글레는 저에게 새로운 시도이자 실험이었습니다. 에세이를 이메일로 보내면 사람들이 얼마나 오픈할까? 같은 글을 몇 번 읽어보실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독할까? 얼마나 지속적으로 읽어주실까? 입소문이 날까? 등등. 브런치에서는 알 수 없는 저만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고, 그 데이터를 통해 에세이스트로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계속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주1회 글을 써왔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글쓰기 번아웃이 왔을 때는 몇 달 쉬기도 했고요. 특히 요즘은 장거리 출퇴근까지 겹쳐 정기적으로 글을 쓰기가 더욱 어려워졌는데...라며 이런저런 핑계만 늘겠다 싶어 '뉴스레터'와 같이 발행일을 명확하게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열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이메일 구독자 분들께 이메일을 보내드릴 수 있었죠.
저도 제가 이토록 강압적인 상황(?)이 필요한 사람인지 몰랐는데요. 글을 잘 쓰는 것만큼이나 꾸준히 쓰는 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와 약속을 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만약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쓰기 주기와 발행일을 명확하게 정해 구독자와 약속을 해보세요. 단 한 사람이라도 괜찮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놀고 싶어도 글을 쓰게 될 거예요. 당신이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최근에 브런치에도 '연재' 방식으로 글을 쓰는 기능이 생겼는데요. 그러한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름과 얼굴을 아는 누군가와 쌍방 약속을 해두면 훨씬 더 강력한 압박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현재 일글레를 구독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저의 지인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 언니를 오래 전부터 알고 계신 분도 있고, 저의 옛 동료와 현재 함께 일을 하고 계신 분들, 그리고 저에게 원고 작업을 요청하셨던 대표님도 계시고요. 가끔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한 주 정도 글쓰기를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약속을 어기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구독자 분들께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얼굴을 아는 그 분들께는 얼마나 더 창피하겠어요. 여러분과 쌍방 약속을 한 이상, 스스로 멱살을 잡고서라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매주 글을 쓸 수밖에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한 사람. 그 사람에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 보세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입니다. 일글레 구독 하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