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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Jun 12. 2018

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점점 다양화되는 피트니스, 입맛따라 기분따라 고르는 2030세대

 지난 포스팅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등산', 즉 처음으로 자발적인 의지로 정상을 찍고 내려온 등산을 해 본 지난 주말 이야기를 다루었었다. 도대체 등산이 얼마나 좋은 운동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색다른 운동에 도전해본 것이다.


https://brunch.co.kr/@pair9210/109


 내 여행기 매거진 등 이전 브런치 포스팅에서도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나는 춤을 꽤 오래 꾸준히 춰 온 사람이다. 햇수로 치면 올해가 7년째가 된다. 

 재즈댄스를 시작으로 종목을 수차례 바꾸어 도전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행위,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몸을 아름답고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현재 내가 요즘 추고 있는 춤은 다름아닌 '발레'다. 작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주 2-3회 배우고 있다.


 아무튼 갑자기 등산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이전 포스트 참조) 등산을 한 김에, 지난 주말에는 친구를 데리고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실내 암벽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워낙 팔힘이 없어서 애 많이 먹었다. @강남 클라임이모션




당신이 '운동 유목민'이라면


 강남역 근처의 실내 클라이밍 장소를 검색 엔진으로 물색하던 중, '운동 예약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표적인 어플리케이션으로 'TLX PASS'와 "MYLO(마일로)'가 있다.

MYLO(마일로)의 첫 화면.
TLX Pass의 첫 화면.

 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뒤, 1개월권이나 정기결제권을 구매하면 이 앱과 제휴를 맺은 전국의 운동 시설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운동을 택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일로는 스스로의 서비스를 "경험 셀렉트샵"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마일로의 회원권을 구매하면 단지 운동만 국한해서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예 및 만들기나 미술 등 각종 취미생활까지 고를 수 있는 모양이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그랬지.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경험'이 그 자체로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갖는 상품이 되었다고. 




 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일반적인 피트니스 센터(흔히 말하는 헬스장), 각종 무술, 복싱 등을 비롯한 기존의 '전통적인' 운동은 물론이고 점점 갈수록 새로운 운동이 생겨나기도 하고 기존의 운동과 결합하기도 한다. 내가 대학 새내기였을 때에는 필라테스가 핫하게 떠오르더니 어느새 매우 흔한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또 몇 년 전에는 트램폴린 점프 운동이 등장해서 유행을 하더니, 또 며칠 전 미용실에서 읽은 잡지에 의하면 EDM에 맞춰서 요가를 하는 'EDM 요가'까지 등장했단다.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 더 나아가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운동을 한 번씩은 다 해 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이런 운동 예약 어플리케이션이 그 꿈을 실현해주지 않을까 싶다. 제휴 시설을 쭉 스크롤해서 내리다 보면 프리다이빙에서 암벽등반, 탁구까지 없는 게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의 이점은 단지 '다양한 운동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서비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일반적인 헬스클럽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운동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존재한다. "월수금 / 화목"으로 대표되는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출석을 해야 하며, 한 번 빠지게 되면 다음 진도에 차질이 생겨서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점이 예상치 못하게 친구와의 약속이 잡히거나 중요한 회식이 잡히거나 야근을 하거나 과제를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어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괜찮은 시간에 운동을 예약할 수 있으므로 "기껏 돈 내고 등록했는데 본전도 못 뽑았다"며 억울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원하는 때에 온갖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볼 수 있는 멋진 서비스이지만, 아마도 이게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최고의 운동법은 아닐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라는 게, 꽤 오랜 세월을 정기적으로 반복해야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어제는 폴댄스, 오늘은 복싱, 내일은 탁구, 내일 모레는 태권도... 이렇게 해서는 이 중 단 한 가지의 운동도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허탈감만 생기기 마련이다. 

찔끔찔끔 변덕을 부리며 자꾸만 종목을 바꾼다면, 10년을 운동해도 절대 이렇게는 못 된단 얘기다.  사진은 리듬체조 선수 마르가리타 마문.


따라서 이런 '운동 예약 어플리케이션'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가장 좋지 않을까.


(1)아직 어느 운동이 자신에게 맞는지 발견하지 못한 운동 초보. 다양하게 이것 저것 경험해본 후에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거나 본인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운동을 찾고 난 후에는 그 종목에 정착하여 최소 몇 달 동안은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이미 정착한 자신만의 '메인 운동'이 있지만, 부수적으로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고픈 사람. 보통의 현대인들은 한 가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의 운동을 하기란 언감생심의 일이었는데, 이러한 서비스의 등장으로 메인 운동 한 가지에 시간이 날 때면 색다른 운동에 도전하는 것을 그날그날의 특별한 이벤트처럼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3)그냥 호기심이 많은 사람. 내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나도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운동, 꼭 해 보고 싶은 운동이 얼마나 많은지... 현대무용(발레와 재즈댄스를 했으니 언젠가는 꼭 현대무용에 도전해보고 싶다), 폴댄스, 댄스스포츠(배운 적은 있지만 기간이 짧았으므로 제대로 오래 배우고 싶다), 탱고, 플라멩코 등 각종 댄스를 비롯해서, 주짓수나 MMA 도장을 다녀보고 싶고, 언젠가 제대로 한 번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아보고 싶고, 클라이밍도 김자인처럼 멋지게 해내고 싶다. 참, 바다에서 서핑도 배우고 싶다.




**번외편: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꽤 많이 시도를 해본 사람으로서 내 알량한 운동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단 나는 전문가도,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자랑할만한 어마어마한 근육질 몸매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다만 춤을 좋아해서 춤을 평생의 운동으로 삼기로 한, 운동신경 없는 평범한 여성이다. 키가 크고 날씬한 편이지만 아마 지금처럼 많이 먹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훨씬 날씬했을,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지금처럼 맛있는 거 원없이 많이 먹고 싶어서 몸을 움직이는 데에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이런저런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이다. 아래는 나의 과거 운동 경험 및 후기이다.


발레

지금 내가 일주일에 2-3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발레다. 요즘 발레가 성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운동으로 떠오르며 유행이 되고 있지만,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발레는 '스포츠/운동'이기보다는 '무용'이며 '예술'이다.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는 엄격한 무용"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따라서 그냥 운동하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갈수록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집중해서 각종 스텝과 동작을 익히고, 정말로 무대 위의 발레리나처럼 최대한 내 모습이 아름답도록 뭄을 움직이는 데에 공을 들여야 한다. 발레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어떤 춤보다도 매우 엄격하고 규칙이 분명하며 오랜 기간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무용을 배우는 것이다. 그게 싫다면, 춤보다는 그저 운동이 하고 싶은 거라면 발레와 필라테스를 결합한 '발레필라테스'나 '발레핏' 등을 추천한다. 잔근육, 안쪽 근육 발달과 코어 강화, 유연성 증대에 좋다. 땀이 비오듯이 난다.  

재즈댄스/힙합댄스 등 기타 춤

앞서 말했듯 발레가 근력운동에 가까웠다면 재즈댄스나 힙합댄스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고 역동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수업이 끝나고 티셔츠를 쥐어짜면 땀이 뚝뚝 떨어지고, 숨은 강아지처럼 헉헉대고 있을 것이다. 특히 발레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장르의 댄스를 유연하게 접목한 재즈댄스는 그야말로 '토탈 패키지'같은 운동 효과가 있다. 유연성 증진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당신의 몸뚱아리를 보다 제대로 컨트롤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필라테스

가장 최근에 도전한 운동. 3개월 정도 해 봤다. 발레와 마찬가지로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몸 안쪽 근육 자극에 도움이 된다. 동작이 워낙 쉽고 단순한 데다가 보통 강사가 함께 자세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에 운동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소위 '저질 몸'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 도전하기에 매우 좋은 운동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정적이지도 않으며 또한 너무 다이나믹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홈트레이닝과 각종 춤으로 기본적인 근력과 유연성이 있는 나로서는, 때때로 몇몇 동작이 다소 시시하다고 느껴지거나 전혀 자극이 없을 때도 많았다.

요가

앞서 말했듯이 사실 이미 기본적인 유연성이 갖춰진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기에 운동 효과를 잘 모르겠다. 요가에도 종류와 난이도가 매우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물론 나는 이효리처럼 묘기에 가까운 고난이도의 요가를 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동네 요가원에서 평범한 운동부족의 현대인 주민들과 함께 그들의 수준에 맞춘 요가를 몇 개월 해보니, 솔직히 내 기준에서는 조금 답답하고 움직임이 너무 없다고 느꼈다. 전혀 자극이 없거나 근육이 당기지 않는 자세들도 많았다. 특히나 요가'만' 해서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절대 해서는 안될 듯하다.  

헬스장(일반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와 함께 직접 일대일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거나, 혹은 제대로 된 운동법을 아는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가장 대충대충할 가능성이 크고 가장 잘못된 자세로 할 가능성이 큰 운동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엄마를 따라서 처음으로 동네 헬스장에서 설렁설렁 런닝머신을 뛰었던 첫 경험을 시작으로 대학교 바로 앞에 있는 신촌의 모 헬스장에서 매일 출석도장을 찍었던 최근까지, 매번 야무진 각오로 시도는 하지만 번번이 살이 빠진 건지 뭐가 좋아진 건지 도무지 불분명한 상태로 그만 두게 되더라. 역시 가장 좋은 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게 아닐까? 아무튼 내게 런닝머신은 너무 지루하다. 그 위에 서있으면 1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긴지 알게 된다. 헬스장 다니며 멋진 몸매를 만드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GX(Group Exercise)

보통 요즘 웬만한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꼭 GX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줌바, 스텝, 스피닝 등 골고루 다 해봤지만 역시 살이 드라마틱하게 빠지거나 몸매가 예뻐지거나 하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운동이 소용이 없을 정도로 워낙 많이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수영

끝나고 나면 배가 그렇게 고프더라. 초딩 시절에 접영까지 배우고 난 뒤,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운동 차원에서 레슨을 다녔었다. 워낙 칼로리 소모가 큰 운동이기 때문에 수영이 끝나고 나면 꼭 라볶이 한 접시를 통째로 해치웠기에 다이어트 효과는 모르겠다. 아니면 아마도 수영을 배우던 당시에는 워낙 마른 몸을 가진 성장기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빠질 살 자체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때때로 나는 수영을 잘 하던 초등학생 시절의 내가 그립다. 그 떄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뛰어난 폐활량과 튼튼한 다리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때처럼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도, 발길질 한 번으로 수영장 레인을 미끄러지듯 쭉 뻗어나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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