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기 05 : 아바나
숙소에 짐을 풀고 소파에 앉자 긴장이 풀리며 배가 고파졌다. 기내식을 먹은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혹시 영업 중인 식당이 있을까 싶어 길을 나섰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는 위험한 게 사실이지만 ‘남자 둘인데 별일 있겠어?’라는 마음과 '배고파 죽는 것보다야 낫지.'라는 마음이었다. 생각보다 거리는 어두웠다. 가로등이 골목을 밝히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오래되어 낡고 어두컴컴한 거리에 긴장되기 시작했다.
숙소가 있는 거리를 빠져나와 큰길로 나왔다. 그나마 큰길은 조명이 잘 되어 있어 사람들이 잘 보였다. 넓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레스토랑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몇 개의 바와 마트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동양인이 낯선 것인지 길을 걷는 우리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헤이, 뭐 필요한 거 있어?"
"어디서 왔어? 와이파이 카드 필요해? 2 쿡에 카드 1장 줄게."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길을 걷는 우리에게 쿠바인들이 말을 걸어 댔다.
"필요 없어요."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식당을 찾아 길을 헤매었다. 막 도착한 쿠바의 거리는 낯설고 무서웠다.
큰길을 따라 반대편으로 걷다 다행히 문을 연 곳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테이크 아웃으로 피자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가게 앞에는 무질서하게 사람들이 서 있었다. 친구와 나는 피자를 주문하고 싶어 가게 앞에 어정쩡하게 서서 사람들을 지켜봤다.
사람들이 피자를 주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피자 주문할 거야? 뭐 주문하게? 내가 주문해줄게.”
“어.. 피자 2판 주문하고 싶은데..”
"2판이라고? 10 쿡 줘봐. 내가 주문해 줄게."
"피자 2판에 10 쿡(12,000원)이라고? 엄청 싸네.."
어리바리 해 있는 우린 그 남자의 호의를 믿었다. 그 남자는 피자를 주문해 주고는 10 쿡을 가져갔다. 얼떨결에 돈을 건네고 피자를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까사 식당에 앉아 피자 두 판을 펼쳤다.
"도움받아서 정말 다행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좀, 무섭다. 그렇지?”
긴장한 우린 말없이 피자를 얼른 먹고 잠을 청했다. 며칠 뒤, 다시 찾은 피자 가게에서 피자의 가격을 알게 되었다. 피자는 1판에 2.5 쿡이었다.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했던 그 남자는 자신의 피자 2판을 주문하고 우리의 돈으로 결제한 것이었다. 서른 살이 넘은 우리가,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닌 우리가 이렇게 쉽게 사기를 당해 버렸다. 쿠바에서는 이런 일이 흔했고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하는 이런 사람들을 경계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