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아워스쿨로 돌아갔는데 교무실 한편에 커다란 검은 봉지가 있어 쓰레기인가 하고 치우려고 열어보니 그 안에 인화된 사진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무슨 사진이냐고 학교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한국에서 카메라를 나눠줘서 학생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한 것이라고...
자세히 물어보니 대강 사연은 이랬다.
'꿈꾸는 카메라(꿈카)'라는 봉사 단체가 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자신이 찍고 싶은 모습을 찍으면, 그것을 현상해서 보내주고, 아이들이 찍은 사진으로는 전시회를 한다.
얼마 전 아워스쿨 학생들과 꿈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현상한 사진을 다시 아워스쿨로 보내온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보내왔다는 사진 위에는 이미 뿌연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밝은 미소의 아이들 얼굴이 많았다.
엄마, 아빠가 웃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고 언니, 동생이랑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나는 웃음 가득한 사진을 하나씩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르다 보니 수십 장의 사진이 한편에 모여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워스쿨 교실 한편에 가서 사진을 붙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면 가지고 가도 괜찮다고 이야기 해 줬다.
다음 날 가 보니 사진이 대부분 사라졌다.
아이들이 자기 사진을 떼서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웃는 모습을 간직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다음 날 또 수백 장의 사진을 뒤져서 웃음 가득한 사진을 골랐다.
그리고 교실에 한편에 붙이러 갔다.
이번엔 수 십 명의 아이들이 따라오는 것이다.
먼저 사진을 보겠다며 아우성이다.
자신의 사진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도 있고,
수줍게 엄마 사진이라며 가지고 가는 아이도 있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어 대는 아이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멋진 카페를 빌려 전시회와 후원회를 했겠지만, 적어도 내겐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하는 이런 전시회가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