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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18. 2020

쓰러져 가는 농구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아워스쿨 입구에는 흉물스럽게 서 있는 농구대가 하나 서 있다.

어떻게 된 사연으로 이렇게 흉물스러운 농구대가 서 있는지 물어보았다.

몇 해 전, 아워스쿨에 외국인 NGO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농구를 좋아하는 한 외국인이 자신의 돈으로 농구대를 하나 기부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농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아주 좋은 의도에서 수 천불을 지불하여 농구대를 만든 것이다.

의도는 정말 순수하고 좋았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에 놓인 농구대는 사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건기에는 햇살이 너무 강해서 감히 운동장에서 놀 엄두를 내질 못한다.

그리고 농구는 고개를 들고 슛을 해야 하는 운동인데

건기에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햇빛이 강렬하다.

운동장에서 놀만한 우기에는 땅이 젖어 있어 공이 튀기질 않는다.

그렇게 사용하지도 못할 농구대는 학교 운동장 한편에 몇 년째 흉물스럽게 서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예상되는 것을 주는 것이다.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이것은 도움이 아니라 자기 위안이다.

도움은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주었을 때 도움이라 말할 수 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학교에 전기 피아노를 기부하고

그것은 신문에 내는 사람들이 하는 짓은 도움이 아니다.

나름 힘들게 번 돈이겠지만 그것을 던지듯 줘 버리는 순간 도움이 아니라 자기 과시에 불과한 짓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상대방의 필요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시간과 고민을 쏟아야만 한다.

그래서 진짜 도움은 아무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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