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년의 일이니 십 년도 더 된 기억인데, 호텔신라 팔선에서 통 큰 회식이 있었다. 팔보채와 전가복을 최고의 중국 요리로 알고 있던 내게, 아담한 옹기에 담겨 나온 불도장은 놀라웠다. 중국 요리에 탕이 있는지도 몰랐었으니, 적나라한 무지에서 접한 불도장은 이름부터 생김새, 맛과 향까지, 새롭다 못해 신기했다.
불가(佛)의 스님이 음식의 향기에 담을 넘었다(跳墙)는 이름이 '음식'보다 유명하다. 진귀한 재료에 맛보기 어려우니 이름만이 전설처럼 떠다닌다. 유명세에 스님의 마음을 상상하며 음식을 대한다. 어떤 향이 그리 멀리 퍼지며, 참선하는 승려의 마음까지 움직여, 행동하게 하는지. 대단해봤자지라며 처음엔 의기양양해선, 곧 몸을 낮춰 감탄했다. 이름이 크면 내용이 못 미침이 많은데, 명불허전이다.
뚜껑을 열면 닫힌 향이 흘러선 국물처럼 넘친다. 거칠게 위로 올라오지 않는 향이 무겁다. 국물은 오히려 맑아서 오랜 시간 고아내며 걸래 낸 노고가 보인다. 묵직하고 깨끗하다. 깊이가 있어 진한 국물이 개운하게 깔끔하니 이채롭다. 잘 만든 평양냉면의 국물이 진득한 육향을 가볍게 담았듯, 재료의 무게가 탕의 질감을 감히 해치지 않았다.
해삼, 전복, 샥스핀, 버섯, 죽순에 까지 재료 하나하나가 귀하다. 각 재료의 맛은 뾰족하지 않아, 의뭉하게 맛을 낸다. 맛도 식감도, 담긴 국물도 은근한데 엉큼하다.
후루룩 마시기엔 미안하고 숟가락질은 감질맛 나며, 내용물은 입에 넣기 아까우면서도 흐느적 미끄러져 목구멍을 넘어간다.
푸젠성(福建省)의 음식으로 청나라 시절 유래하니 이백 년이 조금 안된 음식이다.
푸저우(福州)의 관리가 포정사 주련(周莲)을 연회에 초대해 푸소수취엔(福寿全)이란 음식을 대접했다. 닭, 오리, 거위알, 돼지 족발을 오랜 시간 고아 내놓은 요리였다 하는데, 이름이 복(福)과 장수(寿)를 모두 갖춤(全)을 말하니, 당시에도 귀한 재료로 정성을 다한 요리였으리라. 여튼 그 맛을 잊지 못한 주련은 돌아와 육류를 줄이고 해산물을 더하여 요리를 만들게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더라. 후에 주련의 요리사였던 정춘파(郑春发)가 푸저우 동쪽에 '三友斋'라는 식당을 열어, 그 맛을 세상에 내놓으니, 일련의 문인들이 찾아와 맛을 보곤 시를 지어 찬양했다 전한다.
坛启荤香飘四邻
佛闻弃禅跳墙来
옹기의 뚜껑을 여니 향이 사방에 가득하다
불자가 참선을 접고 담을 넘어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