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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Oct 14. 2024

[食] 清蒸鱼_칭쩡위


춘절(春)은 중국 최대 명절로, 그를 맞는 섣달그믐의  저녁 식사는 '녠예판(年夜)'이라 하여 특히 중시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한 해를 격려하며, 돈독한 가족애를 밥상 위에 풀어놓으니 퇀위엔판(团圆饭团圆=한데 모이다, 단란하게 지내다)이라고도 한다. 일 년 중 가장 풍성해야 하는 밥상임은 물론인데, 그 자리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생선 요리다. 물고기는 예로부터 번영과 잉여를 상징했다. 덕담으로 건네는 '年年有余(해마다 풍요롭기를 바랍니다)'는 곧잘 '余(yu)'를 같은 발음의 '(yu)'로 바꾸어 장난을 쳤으니, 물고기 모양만으로 새해의 풍족함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칭쩡위()는 보편적인 생선 요리다. 일상적이면서도 춘절을 맞는 녠예판의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가정식(家常菜)인 동시에 고급식당의 주 요리 중 하나다. 이름 그대로 많은 양념을 하지 않고, 담백하게(쪄낸(蒸) 생선(요리다. 지역별로 세부적인 요리법은 달라지나 큰 줄기는 같다. 蒸桂广式蒸와 같이 물고기의 종류(桂)와 지역(广)의 이름이 더해지기도 한다.  


500g 이상의 큼직하고 신선한 생선을 잘 손질해, 속 간을 한다(지역마다 쓰는 생선은 다르다). 생강을 속과 겉에 넣어 쪄내어 건져낸 후 파와 실고추를 올린다. 이어 뜨거운 기름과 간장, 츠요우(豉油)를 몸 전체에 뿌리듯 부어내어 상에 올린다. 


담백하게 잘 익은 살은 하얗게 덩어리로 떨어져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듯 씹힌다. 두툼한 살이 주는 고소한 맛을 그대로 즐겨도 좋은데, 바닥에 자작하게 깔린 국물에 살짝 찍어 먹으면 맛은 또 풍성해진다. 느끼하지 않은 살의 고소함과 선미(味)는 배가 되어, 요리 자체로도, 밥과 같이 즐기기에도 무던하게 입 맛을 당긴다. 자작한 국물은 밥이나 볶음밥에 살짝 올려 먹어도 맛있다. 


기타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음식과 달리 생선은 한 마리가 통째로 식탁에 오른다. 잘 익은, 큼직한, 온전한 생선이 식탁에 오르면 보는 것만으로 이미 눈과 마음은 풍족하다. 두툼한 살과 그를 헤칠 때 피어오르는, 뽀얗게 하얀 김은 덤이다. 식탁 위 자태만으로 이미 넉넉하여 풍요로우니 춘절 물고기의 함의를 굳이 의심치 않는다.  


年年有''를 “해마다 물고기가 오르는 밥상을 기원합니다”라 의역하여 남몰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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