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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an 22. 2024

청바지 6인 걸그룹 여행

청춘은 바로 지금 

 전라북도 교육청 소속 영어교사라는 인연으로 만난 6명의 여자들이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6인 모임 걸그룹을 만들어 서울로 첫 여행을 떠났다. KTX 전주<->용산 왕복, 신라스테이 광화문 2박 3일, 뮤지컬 예약 등 굵직한 스케쥴은 미리 예약, 예매하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상황봐서 추진하기로 하고 기다리길 한달 여 남짓 드디어 출발. 

뮤지컬, 재즈카페, 전시회 보기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취향이 얼추 비슷하여 함께 여행을 하는게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거웠다. 친구가 용산역 근처 오설록 1979 티카페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고 추천하여 예약을 했는데 기차 도착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11시로 예약을 했다. 도착 시간은 11시 36분인데. 기차 안에서 예약하셨는데 왜 안오시냐는 직원분의 전화를 받고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다. 1인 32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 환불도 안되고 변경도 안된다 해서 원래 2시간 있을 수 있는데 1시간만 있게 되었는데 다들 이해해주고 짧은 시간이나마 즐겨 주어서 고마웠다. 앞으로도 그런 실수는 부지기수 일터. 정신줄을 붙잡고 더블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가 2박 3일 동안 묵을 신라스테이에 여장을 풀고 레베카를 보러 LG 아트센터를 향해서 출발. 목적지를 찾고 지하철 노선을 검색하고 맛집을 찾는 등 스마트 폰이 없었을 때는 어찌 살았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모든 일정을 똑똑한 스마트폰에 의지했다. 저녁 식사 장소로 선택한 <봉이밥> 식사는 다들 만족했다. 쭈꾸미 볶음, 코다리 구이, 녹두전이며 반찬도 정갈하고 맛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무침이 좀 짰다. 쭈꾸미 볶음이 매워서 그냥 먹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 지만 전체적인 평점은 별 4개 반.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옥주현이 댄버스 부인으로 나오는 뮤지컬 레베카는 나머지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가도 조금도 아쉽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도대체 레베카는 언제 등장할지 궁금증이 일 정도로 공연 내내 레베카, 레베카가 끊임없이 거론되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끝나는 이상한(?) 뮤지컬이었지만 역동적인 무대 장치, 현장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연주, 배우들의 열연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둘째 날 일정은 조식 뷔페를 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용이 좀 추가되어도 여행의 묘미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 호텔의 조식 뷔페를 경험하는 것인데 오믈렛까지 직접 해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묵는 호텔이 괜찮은지의 여부를 오믈렛을 직접 해주는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는데 신라스테이 광화문은 일단 합격이다. 물론 호텔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청결함 등의 기본은 갖추었다고 판단 되었을 때의 경우이긴 하다. 기본도 갖추지 않았는데 오믈렛 해준다고 좋아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인 전시회는 라이트룸 서울에서 진행되는 데이비드 호크니: Bigger & Closer(not smaller & further away) 전시회였다. 영국 출신의 화가 겸 사진작가이고 20세기를 대표하는 팝아트 화가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번 전시를 했다는 데 난 처음 접하는 화가였다. 전시회라고 하면 작가들의 그림이 하나씩 전시되어 있고 걸어 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전시는 좀 특별했다. 공간의 구별이 없는 큰 장소에 의자가 여기저기 있고 사방이 화이트 스크린으로 되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림만 나오는 게 아니고 영상의 스토리가 있어 지루하지 않았지만 자세히 오래 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도 휙휙 지나가 버려 아쉬웠다. 사물을 다양한 시선으로 그린 그림, 예쁜 색감이 가득찼던 풍경 그림, 어느 한 곳의 사계절 그림, 의자에 앉아 그랜드캐년을 바라보던 장면, 원근법을 중요하게 생각해 원근법을 적용해 그랜드캐년 절벽의 입체감이 잘 표현 된 그림 등은 오래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페라 극장의 무대 작업도 인상 깊었고 그가 살았던 LA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더 길을 그대로 옮겨 오고 자신만의 색채를 칠하여 완성했는데 실제 LA에 살고있는 사람들이라면 자기들이 항상 다니는 길이 표현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전시회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고 나면 겪을 수 있는 많은 불편함에도 눈 오는 것은 무조건 환경이다. 마치 눈 오는 장면을 처음 보는 것처럼 잠시 환호하고 눈이 오는 그 순간을 즐겼다.그리고 들른 아트숍에서 LOVE LIFE라는 뱃지를 못산 것은 참 아쉽다. 없다고 하니 더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시회를 보고 여의대로에 있는 더 현대 서울로 갔다. 새로 생긴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들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커다란 규모의 실내 정원과 천연 잔디, 유리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은 그동안 꽉 막힌 건물 안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어서 놀라웠다. 보통의 다른 백화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백화점인지라 다양한 샵의 물건들을 구경하고 대기 예약까지 하며 명품 샵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상업적인 곳으로 채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넓은 공간을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민 발상은 신선했다. 우리 여행의 또 다른 목적지 재즈 카페를 검색해서 성북구에 있는 재즈 스토리로 향했다. 이틀간 너무 강행군을 했고 비도 와서 호텔 근처로 가서 수다를 즐길까도 생각했지만 갈까도 싶었지만 재즈카페에서만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계획대로 진행했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탈려고 했는데 퇴근 시간인데다 비까지 오니 도무지 택시를 탈 수가 없어 마을버스를 탔다. 방향도 묻지 않고 탔더니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반대 방향이었고 무작정 내려서 반대편에서 타네마네 하고 있었더니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 반대 방향에선 버스가 없고 돌다보면 목적지에 내릴 수 있다고 말해 주어서 무작정 내려서 경험했을 난감한 상황을 모면 할 수 있었다. 어제 저녁 역에서 내려 숙소를 찾을 때 숙소 근처까지 가는 길이라고 따라오라던 귀인도 그렇고 이번 여행은 모르는 사람들의 친절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 여행이기도 했다.

 재즈스토리는 마을버스에서 내린 맞은 편에 바로 있어서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공연은 8시 시작이어서 우린 일단 맥주와 가벼운 안주를 주문하고 공연을 즐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결론적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역 곡절을 거친 재즈스토리에서 보낸 저녁 시간은 대 성공이었다. 재즈 바여서 음식 맛에 대한 기대는 접었는데 치즈 나초, 골뱅이 소면, 새우볶음밥은 어느 유명 레스토랑 못지않게 맛있었다. 기네스 흑맥주의 맛도 기대 이상이었고 무엇보다 그날 50분씩 세 타임으로 구성된 밴드의 공연은 딱 우리의 취향을 저격했다. 기타리스트 중의 한 분은 낯이 익어서 알아보니 예전에 유명했던 밴드 사랑과 평화의 멤버였다 한다. 낯이 익을 뿐이지 딱히 알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래도 티비에 나와썬 분이라 해서 괜히 사진도 함께 찍었다. 미국의 재즈 카페에 갔을 때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다들 일어나서 저마다의 포즈와 율동으로 함께 즐기던 모습이 생각나서 흥에 겨울 때 일어나서 몸을 흔들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카페에 있던 누구라도 한 명만 먼저 일어 서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일어나진 않았다. 하진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 8시부터 50분쯤 공연하고 15분씩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후에 3번 공연을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 11시, 마지막 공연을 마칠 때 까지 즐겼다. 피곤하다고 숙소 근처로 가서 적당한 장소에 자리 잡고 수다를 맘껏 즐겼어도 물론 좋았겠지만 재즈스토리에서의 시간은 오래도록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번 서울 여행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이틀 동안 너무 쉬지 않고 돌아다녀서 아침은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다. 8시에 만나서 원형 테이블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함께 했다. 이틀째인지라 조식 뷔페에 대한 기대감은 좀 줄었지만 시간이 되었다고 나가라고 할 때 까지 수다를 떨며 여유 있게 즐겼다. 오늘 일정은 원래 계획대로 성수동으로 향했다. 성수동이 핫 플레이스라고 하도 매스컴에 나와서 갔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어서 좀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그건 성수동이 잘못 한 것은 아니다. 원래 그곳은 공장 지대였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가로수 길, 경리단 길들에서 열었던 팝업스토어들이 많고 그런 곳들은 미리 예약도 해야 하고 예쁜 샵이나 카페 등도 미리미리 찾아보고 뚜렷한 목적지를 정해 놓고 갔어야 하는데 백화점 들어가면 쭉 예쁜 곳들이 있는 줄 알고 아무 대책 없이 간 우리들의 잘못이 크다. 그래도 어쨌든 이미 우린 그곳에 들어섰고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 즐길 거리를 찾는 무적의 걸그룹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 우연히 발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팝업스토에 들러 핀뱃지도 받고 북극과 오로라 뷰가 그려진 장소도 보고 실제 파도가 치는 듯한 바닥에서 ‘나 잡아봐라’도 연출했다. 그곳 직원에게 가볼 만한 곳을 물으니 카누, 아모레 팝업 스토어등을 알려 주어서 일단 카누 팝업스토어를 갔는데 현장 대기를 신청했더니 대기 순서가 78번이었다. 일단 대기를 걸어 놓고 아모레 헤라 팝업 스토어에 갔다. 헤라의 ‘루즈 클래시’ 립스틱 런칭 기념 팝업이라고 하는데 거기도 미리 예약했으면 얼굴 톤에 맞는 립스틱 색깔을 추천 받는다거나 메이크업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었지만 그냥 패쓰. 방문 기념 굿즈는 인스타를 팔로우하거나 카톡친구를 맺으면 주는데 예쁜 빨간 쇼핑백에 들어 있는 사각의 빨간 사각 연필은 좀 그랬다. 화장품 회사이니 차라리 조그만 눈썹 그리는 펜슬을 주지, 그건 너무 비싼가?

 카누 대기 순번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부르면 언제든 10분 안에 달려 갈 수 있게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치즈인터스트리라는 카페가 있어 가보니 분위기가 괜찮았다. 치즈를 베이스로 하는 빵과 음료 등이 있고 분위기도 마치 치즈를 생산하는 농장 분위기로 꾸밀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 음료와 빵을 주문하고 긴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모서리에 6명이 모여 앉아 언제 해도 즐거운 수다의 장을 펼쳤다. 딱히 생각나는 내용은 없는데 그 순간만은 진지하고 꼭 필요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게 수다의 묘미다. 용산역에서 4시 46분 기차를 타야해서 결국 카누 팝업스토어는 포기하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전주 도착해서 저녁까지 먹기는 좀 그래서 기차 타기 전에 분식집에서 가볍게 우동, 김밥, 떡볶이, 만두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공통점은 단 하나, 영어 교사라는 것으로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3일 동안 함께 해보니 취향도 비슷하고 다들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둘째라면 서러울 만큼 선한 사람들과의 여행은 참으로 행복했다. 여행의 내용도 하나하나 훌륭했지만 차 한잔을 하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더 즐겁고 행복하 여행이었다. It couldn’t be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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