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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Feb 19. 2024

왜 도박 중독에 빠져드나 했더니

14만 원에서 끝낼 것인가?, 잭팟을 터뜨려볼 것인가?

2024년 1월 8일

 친구가 된 지 곧 40년이 되는 절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곧 30년 지기 언니들 2명, 나까지 넷이 마카오, 홍콩 여행으로 2024년 첫 해외여 햄 테이프를 끊었다. 겨우 넷이고 취향이 다양하지만  어떠한 코스나 상황이 되더라도 감 놔라, 배 놔라, 어쩌네 저쩌네 할 지기들이 아니어서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싶었지만 귀차니즘이 발동되어 여행사 도움을 받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은 전주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퇴근시간쯤 서울을 들리는 여정을 계산하지 않는 바람에 여행사 코디와의 약속시간에 한 시간이나 늦었다. 출발시간은 여유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한 시간 반이나 지연 출발했는데  이번여행은 늦어짐이 콘셉트인가 싶었다.

 마카오 제공항에 도착하여 가이드를 만나고 호텔 도착해서 다음날 홍콩으로 출발했는데 마카오에서 만난 가이드와는 여행 마지막날 다시 만나 마카오 여행을 함께 했다. 마카오야 너무 손바닥만 한 곳이어서 일정이랄 것도 없다 보니 점심 이후의 일정이 옵션으로 진행되었는데 새벽 귀국 비행기 탈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어 신청을 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홍콩 가서 돈을 다 쓰고 오는 바람에 옵션 일정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미리 돈을 내고 가라 해서 생돈을 뜯기는 듯한 묘한 기분으로 40달러를 냈다. 설마 720달러 들고 튀진 않겠지. 72천 달러도 아니고.

 홍콩 여행은 날씨도 좋고 음식도 좋고 무엇보다 함께 간 친구들과 틈만 나면 수다에 수다를 떨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슨 수다를 바다 건너서까지 하겠지만 여기선 그렇게 긴 시간을 마주 앉을 시간을 내긴 쉽지 않으니.

 여행사에서 계획한 일정을 정해진대로 따라다니다 점심 먹고 저녁까지 자유시간을 주길래 가이드가 원하는 옵션일정을 선택하지 않고 우리 넷은 홍콩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물론 커다란 쇼핑몰에 들어갔다 아이쇼핑 지옥을 탈출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쏘다니는 길에 이소룡, 매염방 동상이 있어 비슷한 폼으로 사진도 찍고 한적한 공원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도 가져보고 바다가 보이는 커피숍에 앉아 우리나라 찹쌀밥 같은 음식에 시원한 망고 주스도 한잔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니 저녁이 되었고 맛집을 검색하니 딤섬 맛집으로 딘타이펑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구글 맵을 이용 하니 낯선 곳에서 원하는 곳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메뉴판은 다행히 영어도 같이 쓰여있고 어떤 메뉴는 사진도 있어서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그곳은 체인점이어서 일행 중 한 명이 한 달 전에 갔던 대만에서도 가본 곳이라 하여 굉장히 많은 메뉴들 중에서 맛있는 것으로 골라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주로 딤섬과 볶음밥 종류, 그리고 새우가 들어간 음식이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 네 명이서 7가지 정도 시켰던 것 같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마카오로 건너갔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홍콩 국제공항 인근에서 출발하여 마카오-주하이 경계 근처에서 분기되는 최장 55km의 항주오 대교를 건넌다. 하늘에서 본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대교라고 한다. 바다 위를 50분쯤 버스로 달려가는 기분은 좀 색달랐다. 홍콩 마카오는 중국 땅이기는 아직 완전한 중국 땅으로 귀속되지는 않아서 오고 갈 때 여권이 필요한 것도 특이했다. 

 마카오로 건너가니 첫날 만났던 정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한 번 봤다고 반가웠다. 마카오는 그리 크지 않아서 잠깐 동안 정해진 일정이 끝났다. 선택관광을 신청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비행기 탈 때까지 멍 때리고 있을 뻔했다. 동행한 전원이 일정을 선택해서 원래 정해진 일정인지 선택 관광인지 모르게 뒤섞여 일정이 진행되었다. 성바오로 성당, 세나도 광장, 꼴로안 빌리지, 타이파 주택 박물관 등을 돌아보았다. 여행 중 성당을 가면 항상 성물을 파는 곳이 있었고 성당을 열심히 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신자여서 성당에 갈 때마다 다양한 묵주를 사 오곤 했는데 성바오로 성당에는 그런 곳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것보다 더 아쉬운 마음은 마카오타워 컨벤션에 갔을 때였다. 마카오의 랜드마크로 마카오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올라가 보니 몸에 줄을 묶고 타워 바깥으로 난 길을 걷는 액티비티가 있었다. 예전에 런닝맨에서도 촬영을 해서 그때 출연했던 방송인들의 사진도 있었는데 거의 허공을 걷는 듯한 포즈로 위험해 보였지만 스릴이 있을 것 같았다. 놀이 공원 롤러코스터 타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하고 싶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우리 일행 중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 혼자라도 해볼걸 하는 후회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다음에 가게 되면 꼭 체험을 해보고 싶다. 

 제목과 관계없는 여행 체험기가 되고 말았는데 드디어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할 타이밍이 되었다. 마카오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도박의 도시다. 밤이 되면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많은 호텔들이 불을 밝히며 여행자를 유혹한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콘셉트를 지닌 호텔 등 호텔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거리가 된다. 라스베이거스도 비슷한데 물론 규모는 훨씬 크다. 호텔 내부에 들어가도 굉장히 화려하게 치장된 각종 장식물들이 있고 1층이나 지하에 슬롯머신 도박을 할 수 있는 도박장이 있다. 우리는 윈호텔 분수쇼를 보고 내부를 구경했는데 타이타닉의 주제곡에 맞춰 색색으로 변하며 행해지는 분수쇼를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봤다. 마카오에서 공항에 가기 전 마지막 방문지는 베네시안 호텔이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하는 호텔이었는데 두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자유 시간이었는데 가이드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호텔 내부를 돌아보며 마치 베네치아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느껴보던지 지하에 있는 카지노에 가서 경험을 해보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호텔을 돌아보고 쇼핑도 했을 텐데 그날따라 괜히 카지노에 가고 싶었다. 왠지 잭팟을 터트릴 것 같은 기분이 막 들었는데 지금도 왜 그런 기분에 휩싸였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카지노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들도 나를 따라 카지노에 들어갔다. 가이드가 게임하는 방법을 잠깐 설명해 줬고 홍콩달러로 환전을 해서  기계를 고르러 다녔다. 화면에 복주머니가 세 개 있는데 복주머니에 금화가 가득 차 있는 기계를 고르라고 조언을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기본적으로 10 홍콩달러부터 시작하는 기계가 있고 20 홍콩 달러부터 시작하는 기계도 있었다. 복주머니에 동전이 어느 정도  찬 기계에 앉아 배팅을 하는데 순식간에 100 홍콩 달러가 날아갔다. 옆에 있는 어떤 아저씨는 한번 배팅에 200 홍콩달러씩 배팅하는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는데 어찌나 돈이 금방 금방 사라지는지 무슨 신기루 같았다. 아무래도 처음 고른 기계가 아닌 것 같아 다른 기계를 고르러 다시 기웃거리고 다니다 세 개의 복주머니에 금화가 가득 찬 기계를 발견, 마음을 가다듬고 앉았다. 사실 가이드로부터 설명은 들었지만 잘 이해를 못해서 제일 적은 홍콩달러를 배팅하는 버튼을 눌렀다. 처음 몇번은 순삭하고 돈이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기분 좋은 음악소리가 나면서 15번을 자동으로 배팅할 수 있는 보너스가 나왔다. 기계가 저절로 움직였고 1000 홍콩 달러를 딸 수 있는 복주머니 위의 글자가 맞추어졌다. 기계가 저 혼자 배팅 버튼을 누르면서 1000 홍콩달러, 10,000 홍콩달러, 잭팟의 단어를 하나 하나 맞추는 스펠링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잭팟위의 스펠링이 GRAND라면 5개의 스펠링이 튀어나와 맞추어지면 그 순간 잭팟이 터지는 방식이었다. 물론 내 돈을 걸고 배팅을 했을 때 기계 스스로 배팅하는 보너스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 나는 내 돈을 배팅하지 않아도 20번 정도 자동 배팅이 되는 보너스가 나왔고 1,000 홍콩달러를 딸 수 있는 단어가 맞춰졌고 이어서 10,000 홍콩 달러를 딸 수 있는 스펠링이 계속 나오다 딱 한개가 나오지 않아서 실패했다. 그 순간 우리 돈 17만원정도로 딴 그 돈으로 계속 배팅을 하면 왠지 잭팟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우리돈 4만원 정도를 홍콩 달러로 환전해서 배팅을 했으니 11만원 정도 딴 것이다. 계속 배팅을 하려고 하는데 가이드가 자기 평생 잭팟을 보지 못했고 딱 나 같은 경우 계속 하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리는 것은 수도 없이 봤다며 11만원 딴 것으로 만족하라고 권했다. 함께 간 친구들도 그만 하라고 압밥을 해서 결국 거기서 멈추었다. 하지만 카지노를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정말 나오기 싫었다. 일행들이 말리지만 않았으면 계속 배팅을 하고 싶었고 계속 하면 금방이라도 잭팟이 터져서 한 방에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리는 가이드와 일행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내가 행여라도 부자가 되면 배가 아플까봐 저러는 걸까 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찰나였고 그때 바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지만 순간순간 계속 했더라면 정말 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한동안 나를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나오자 마자 우리나라에서 인기라는 파이브가이즈라는 햄버거집에 들러 돈 딴 기념으로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거하게 쐈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마카오 카지노에서 겨우 11만원 딴 걸 잭팟이라도 터뜨린 것처럼 모임이 있을 때마다  떠들어대며 한턱씩 쏘는 바람에 딴 돈의 몇배가 들었다. 어느 곳이든 카지노가 있는 곳이면 주변에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노숙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런 경험을 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카지노 슬롯 머신 기계 앞에 앉아 있으니 조금만, 한번만 더 하면 나에게 행운이 우르르 쏟아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금방이라도 뭐가 될 것 같다. 그러면서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이 한 순간 일 것 같다. 하지만 카지노에서 도박 하는 게 그리 쉬울리가 있겠나? 한번만, 한번만 하면서 배팅을 하다보면 금방, 순식간에 빈털털이가 되게 설계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 때 계속 배팅을 못하도록 초를 친 가이드, 친구들이 원망스러웠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현명한 선택을 권했고 나 또한 그 선택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여행이 즐겁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혹시 카지노에 갈 일이 있으면 아예 시작을 안해야 겠다. 내 성격상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아마도 전재산을 탕진해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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