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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 무장 경찰 Feb 01. 2024

인스타그램 사기꾼의 기묘한 행적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범


경찰서 사이버팀에서 다루는 사건 중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인터넷 중고 거래 사기이다. 요컨대 인터넷에 판매글을 올리면, 사겠다는 사람이 연락한다. 계좌로 돈을 받으면 물품은 배송하지 않는다. 그렇게 잠적해 버린다.


아주 간단한 구조를 가진 수법이라 할 수 있겠다. 경찰인 나도 당해봤는데 실로 허망했다.




인터넷 사기범 중에도 대장급 빌런이 존재한다. 혼자서만 50명, 100명, 200명 넘는 사람에게 돈을 뜯어낸 악랄한 놈들을 말한다.



내가 사이버팀에 근무했던 2019년에도 대장이 몇 명 있었는데, 한 명은 네이버 중고나라, 또 다른 한 명은 인스타그램이었다.

내 파트너이자, 선배가 바로 인스타그램 사기범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스무 살이 넘은 남자이다. 본인 명의로 가입한 핸드폰도 없는 데다 – 동거하는 여자 친구 명의로 사용했다 – 등록된 주소지에 살지도 않았다.


그에게 당한 피해자만 200명은 족히 넘어갔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선배 책상에는 서류가 수북했는다. 모두 전날 접수한 인스타그램 사기 사건이었다. 전국에 있는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이 넘어왔던 거였다. (보통 수사관 한 명이 관련된 사건을 전부 담당한다.)


거기다 인스타그램은 어떤가. 미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계정 삭제도 쉬울뿐더러, 추적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똑똑한 사기꾼은 국내보단 해외 SNS로 범행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이 사기꾼은 사람 심리를 이용할 줄 알고, 경찰 추적도 요리조리 피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 여간해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배도 이 사건만큼은 골치 꽤나 썩었다.



범인은 체포영장이 있어도 소용없었다. 기묘한 그의 행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강제력 있는 영장도 종이 조각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범인 명의로 가입한 신용카드 하나가 있었던 거였다.


거기다 주기적으로 사용까지.






 “이 형사 이거 볼래?” 어느 날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이놈 매일 오후 3시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있어.”


 범인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선배 핸드폰 문자가 울렸다. (실시간 사용 기록 추적을 했기 때문)


편의점은 전라도 전주에 있는 곳이었다. 인터넷 지도를 보니, 빌라와 상가 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인천 사는 놈이 지금 전주에 있네요.”


“그렇지. 이놈 여기가 은신처야.”


“편의점 점장한테서 CCTV 좀 확보해 두죠.”


내 말을 들은 선배가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선배는 "범인 사진 나왔다"라고 하며 사진 하나를 건넸다.


사진 속 남자는 빨간색 패딩과 검은색 운동복 바지를 입었다.  그는 매일 같은 옷차림으로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샀다. 많은 돈을 가지고도 소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이놈 잡으러 가자!” 선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시죠. 혹시 모르니까 막내도 같이 데려가죠.”


그렇게 우리는 검거팀을 꾸리고, 지방에 갈 채비를 했다.





다음날 나와 선배, 그리고 사이버팀 막내 고형사는 새벽부터 나와 전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한 참 달리고 있을 때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형사가 강력팀 출신이라 든든하네.”


선배의 말에 나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물론 강력팀이 범인 추적을 많이 하지만, 모든 범인을 잡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전주까지 가서 범인을 놓치면 내 탓인 것처럼 느껴질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 나와 달리 고형사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간만에 가는 출장이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편의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해 봤다. 범인은 어제도 다녀갔다. 그것도 오후 3시에. 역시 빨간 패딩을 입고 있었다. 그간의 행적을 볼 때 오늘도 올 것이 틀림없었다.


오후 3시가 되려면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았다. 그때 선배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가 편의점 조끼를 입고 직원인 것처럼 하자. 그리고 범인이 오면 잡는 거야. 어때?”


해맑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평소 위장 수사를 해보고 싶었던 걸지도. 선배는 이미 범인을 잡은 것처럼 들떠 있었다.


“아. 선배님. 그러다 이놈이 여기 안 오면요?” 나는 선배의 말에 반문했다. 그의 제안에 완전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범인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따분하기도 했고.


“야, 설마 매일 같이 오던 놈이 재수 없게 오늘 안 오겠어?” 선배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제가 아까 주변 좀 살펴봤는데 CCTV가 꽤 많아요. 이놈 아마 여기 어디에 살지 않을까요? 한번 CCTV로 동선 추적해 보죠.”


선배는 마지못해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CCTV로 범인 추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강력팀 형사 생활을 힘들어하는 - 강력팀이 CCTV 수사를 가장 많이 하기 때문에 -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범인을 쫓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범인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막다른 길에 걸리고 말았다.

부동산 입구에 달린 CCTV를 봐야 하는데, 협조해주지 않았다. 우리가 경찰인지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 신분증을 보여줘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4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협조 공문을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그제야 부동산에서도 우릴 경찰로 믿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한 배달 업체였는데, 공문을 봐도 우릴 믿지 않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이 심해 조심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내 얼굴을 보고도 믿어주지 않자, 내심 서운했다.


이번엔 업체  측에서 112에 신고했다. 나란 사람이 경찰이 맞는지 확인 좀 해달라고.
112 상황실이 증명해 주고 나서야 CCTV를 협조했다.

우리는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범인을 추적해 나갔다.



빨간 패딩은 편의점을 지나 거의 1km 이상을 걸어갔다. 그러곤 빌라 단지 쪽으로 들어갔다. 이젠 빌라 CCTV를 볼 차례였다.


아파트 CCTV 관리는 관리사무소에서 한다. 하지만 빌라는 사무소는 물론이고, 전화번호조차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행히도 여기 빌라는 전화번호가 있었다. 나는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CCTV와 빌라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물론 핸드폰으로 내 신분증 사진을 보내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단에 모니터가 보였다. 빌라 앞 사거리를 정확히 비추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이곳을 지나면, 그다음 경로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다.


이번엔 CCTV 본체를 찾아봤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다. 보통 모니터 밑에 있거나, 통신 선로가 있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CCTV를 보려면 본체가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관리자에게 전화해 봤다.


그리고 그에게서 들려온 말은 나를 절망에 빠뜨리고 말았다.






다음 편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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