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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 무장 경찰 Feb 02. 2024

인스타그램 사기꾼의 기묘한 행적(완결)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단에 모니터가 보였다. 빌라 앞 사거리를 정확히 비추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이곳을 지나면, 그다음 경로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다.

이번엔 CCTV 본체를 찾아봤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다. 보통 모니터 밑에 있거나, 통신 선로가 있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CCTV를 보려면 본체가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관리자에게 전화해 봤다.


그리고 그에게서 들려온 말은 나를 절망에 빠뜨리고 말았다.




 - 이어서 시작합니다.



“아. 제가 그거 말 안 했군요. 기계는 건물 뒤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피스로 잠가놨는데. 열 수 있어요?”


관리자의 말은, CCTV 화면은 현관에 있고, 조작하는 기계는 반대편 건물 뒤쪽에 있다는 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정말이었다.


건물 뒤편에 사물함 크기 정사각형 철문이 있고, 십자로 된 피스 두 개가 위, 아래에 박혀 있었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선배도 후배도 지쳤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포기하기 이른 게 나는 평소 이런 상황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게 있었다. 강력팀 때부터 현장 나갈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긴 아이템이었다.


하나는 나의 장인어른이 유럽에서 사 온 맥가이버 칼이고, 또 하나는 바로 무선 마우스였다. 맥가이버 칼에는 십자드라이버가 있다.


나는 얼른 가방에서 맥가이버칼을 꺼내고 십자드라이버로 피스 두 개를 제거했다. 그 옆에서 나를 지켜본 후배는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철문을 열자 안에 검은색 CCTV 본체가 보였다. 이번엔 무선 마우스를 꺼냈다. 후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마우스를 본체에 연결하고, “가자! 모니터 있는 곳으로!” 하고 건물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기어코 범인의 집을 알아내고 말았다. 그는 바로 건너편 빌라에 살았다. CCTV로 정확히 보였다.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무실에 전화해서 빌라 건물 세대원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서.


그러나 범인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는 곳을 알아냈으니 이것만 해도 대단한 건가. 결국 곳에서 잠복하기로 결정했다. 이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외롭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우리는 스타렉스 차 안에서 시동을 끈 채 빌라 입구를 쳐다봤다. 그런데 얼마나 지루한지, 어느새 선배와 후배가 졸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눈꺼풀이 감겨왔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순간 밖에서 시뻘건 형태가 휙 하고 지나가는 걸 봤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본 게 아니라 느낀 것 같기도 하다. 갑자기 졸음이 확 달아났다.


나는 선배와 후배를 깨우며 말했다.


“선배. 봤어요?”


“뭘?”


“지금 빨간 거. 빨간 패딩 지나갔잖아요. 못 봤어요?”


“에이 어디로 갔는데?” 선배는 하품하며 말했다.


“우리 차 뒤쪽으로 갔어요.”


“그럼 아냐. 편의점은 차 앞쪽이야. 앞쪽으로 가야 범인이지. 네가 잘못 본 거야.”


“아니에요. 진짜 차 뒤로 갔다니까요. 일단 가보자고요!” 답답한 나는 선배를 부추겼다.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선배도 느낌이 이상했는지 문을 열고는 먼저 뛰어가기 시작했다. 선배는 운동선수 출신이라 체력 하나는 으뜸이기도 했다. 나와 후배도 뒤따랐다.


그런데 갈림길이 보였다. 선배가 왼쪽으로 갔으니 나는 오른쪽으로 달렸다. 빌라 단지 끝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빨간 패딩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헛것을 본 건가······     

 

내 뒤로 달려온 후배도 숨이 찼는지 헉헉 대기만 할 뿐 범인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다시 차로 돌아가며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전화도 안 받고 어디로 간 거야.” 나는 투덜거리며 차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선배였다.


“야! 너 어디야!”


“저희 선배가 간 길 말고 오른쪽으로 갔다가 범인 없길래. 차로 오고 있죠.”


“지금 범인 여기 있어. 빨리 이쪽으로 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공포 때문이 아니라 희열이었다. 내가 본 게 범인이 맞았던 거였다.

나와 후배는 선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선배는 대형마트 옆에서 입구를 보고 있었다.


“빨간 패딩 저기 들어갔어. 나오면 잡자.” 선배는 마트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놈 맞아요?”


“맞아. 얼굴 봤는데 확실해.”    

 

우리는 범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이때가 심장이 쫄깃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스릴과 긴장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윽고 입구에서 빨간 패딩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한 손에 마트 봉지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에게서 뭔가 낌새를 느낀 건지 그는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언젠가 체포될 걸 안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체포영장이 효력을 발휘했다. 선배는 영장을 보여주고 그를 체포했다. 꽉 막힌 응어리가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우리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기 대장급 빌런을  잡고야 말았다.






경찰서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선배가 범인에게 물었다.


“너 원래 매일 편의점 갔었잖아.”


“그걸 알았어요?” 범인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경찰이 이것까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너 다 보고 있었어. "


선배는 씩 웃으며, "그런데 말이야.  오늘은 편의점이 아니라 반대쪽에 있는 마트로 간 거야? 응?” 하고 말했다.


범인은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어두운 표정에 그늘이 졌다. 사실은 나도 이게 가장 궁금했다. 자칫하면 범인을 잡지 못할 뻔했으니까. 


빨간 패딩 입은 범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사실은요······ 오늘이 내 생일이에요.”


“너 생일이라고?”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예. 생일이라서. 미역국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역 사러······ 마트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형사님들 만난 거죠······”


사기꾼도 자기 생일은 챙겨야 했나. 범인 잡으러 간 우리나, 범인이나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어쩌면 미역국 때문에 그의 도주 계획이 미끄러진 건 아니었을까.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저 멀리 고속도로 휴게소가 보였다.


저녁 식사 시간은 한참 지났다. 우린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물론 범인도 함께였다.


그러나 미역국은 없었다. 그에게 국밥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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