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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Aug 07. 2022

제육볶음과 쌈채소

5월 2주차_말똥말똥한 눈으로 냉장고에 뭐가 있나 보다가

#1 검은콩밥과 근대된장국


  어제는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샤워실 배수구 트랩을 교체했고, 대대적인 화장실 청소를 했다. 또 한주 정도 방치한 음식물쓰레기통을 깨끗이 비워냈고, 자기 전에는 오랜만에 밥을 안쳤다. 밀린 일을 해치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고 일어나서는.


  검은콩이 들어간 따뜻한 쌀밥을 푸고, 해동시켜둔 근대된장국을 푹 끓여 담고, 본가에서 가져온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꺼내고, 남은 참치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드라이 맡겼던 재킷, 세탁한 속옷과 셔츠와 바지와 양말, 눈앞에서 느릿느릿 걷는 까치 한 마리, 볕을 한껏 받는 노오란 고양이와 저 멀리 보이는 현수막에 쓰인 글귀까지 모든 게 신선한 오늘 아침 월요일의 출근길.(22.05.09)


검은콩밥, 근대된장국,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참치통조림, 아몬드브리즈


#2 제육볶음과 쌈채소


  어제는 치과에서 정기검진을 마치고 두 역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선선한 밤의 거리를 느릿느릿 걸었다. 집에 와서는 재활용쓰레기를 한가득 버렸고, 누나가 준 제육볶음을 미리 볶아두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이 뜨였고, 어김없이 부엌으로 가서.


  검은콩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남은 근대된장국과 어젯밤 볶은 제육볶음을 데우고, 열무김치와 쌈채소와 썰어둔 오이와 쌈장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오늘 하늘은 흐려서인지 덥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좋은 날. 봄꽃들은 어딘가로 숨어들고, 초록잎으로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빠르게 실감하는 오늘은 2022년, 봄, 오월, 화요일, 아침.(22.05.10)


검은콩밥, 근대된장국, 상추, 깻잎, 오이, 쌈장, 열무김치, 아몬드브리즈


#3 북엇국과 오이소박이


  어제 한참을 지켜본 포차의 풍경이 아른거리는 아침. 평소보다 한참 늦게 일어나고 숙취로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아침. 그래도 밥은 챙겨 먹겠다고 부엌으로 기어가서는.


  검은콩밥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지난밤 해동시킨 북엇국을 한소끔 끓여 내고,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를 꺼내고, 비엔나소시지를 데우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하늘의 파랑과 나무의 초록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하늘과 개천과 나무들. 지난밤 포차의 풍경이 오버랩되고 아직 헤롱헤롱한 아침 출근길.(22.05.11)


검은콩밥, 북엇국,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비엔나소시지, 아몬드브리즈


#4 스팸구이와 구운김


  체력 회복이 점점 더뎌짐을 실감하는 요즘. 어제는 운동하고 들어와 비교적 일찍 잠들었더니 조금은 가벼워진 아침. 말똥말똥한 눈으로 냉장고에 뭐가 있나 보다가.


  검은콩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 하나를 올리고, 남은 북엇국을 데우고, 어제 먹고 남은 어묵볶음을 꺼내고, 구운김과 열무김치도 꺼내고, 스팸을 구워내고, 아몬드우유를 새로 산 유리컵에 따랐다.


  마스크를 조금 내리고 코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으니 상쾌한 기분이 드는 아침. 벌써 목요일이 도래했고, 이번 기록서랍도 끝이 보이니 시간의 흐름이 생생하게 보이는 듯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목요일 아침.(22.05.12)


검은콩밥, 계란후라이, 북엇국, 열무김치, 어묵볶음, 스팸구이, 구운김, 아몬드브리즈


#5 검은콩밥과 굴국


  어제도 운동을 했고, 운동으로 소모한 열량보다 더 많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었다. 소위 말짱 도루묵의 저녁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지난밤 냉장고에 해동시킨 냉동 굴국을 꺼내러 부엌으로 가서.


  검은콩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굴국을 한소끔 끓여내고, 참치캔 하나를 따고,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꺼내고, 그릭요거트 하나도 준비했다.


  네 번째 기록서랍 모임의 기록이 오늘로 마무리된다. 시간이 길어지니 어느새 습관이 되고, 차곡차곡 쌓인 기록에 뿌듯해하면서도 강박으로 남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밥을 거른 날이 오고 나서야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기록이 주는 유용함이 크지만, 그전에 기록을 시작하던 첫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는 오늘의 아침밥.(22.05.13)


검은콩밥, 굴국, 참치통조림,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그릭요거트



기록이 주는 유용함이 크지만,
그전에 기록을 시작하던
첫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는
오늘의 아침밥.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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