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늘보 Sep 29. 2022

연두부와 미나리오징어초무침

6월 5주차_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1 뿌리채소영양솥밥과 오징어젓갈


  알차게도 놀았던 주말의 시간이 금세 지나 또다시 맞이한 월요일 아침. 장마가 시작되어 잔뜩 긴장했으나 맑은 날의 연속이었던 주말에 이어 오늘도 비 없이 흐린 날.


  뿌리채소영양솥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어제 먹고 남은 분짜와 단무지와 오징어젓갈을 꺼내고, 모둠 과일 조각들과 아몬드우유를 준비했다.


  임시사무실 출근 첫날, 좀 더 멀어진 탓에 평소보다 일찍 나왔으나 출입카드를 두고 나와 다시 집으로. 집 밖을 나서니 그동안 못 보던 새가 보이고, 녹음의 냄새가 짙게 코를 자극한다. 오늘은 월요일, 한 주도 힘차게!(22.06.27)


뿌리채소영양솥밥, 분짜, 단무지, 오징어젓갈, 모둠 과일, 아몬드브리즈


#2 비프카레와 모둠 과일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인지 자다 깨서 한동안 잠 못 이루던 밤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여전히 창문이 심하게 흔들리고, 하늘은 잔뜩 흐리고.


  현미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그 위에 비프카레를 얹고 한 번 더 데우고, 사골미역국 건조블록에 뜨거운 물을 붓고, 깻잎장아찌와 오징어젓갈을 꺼내고, 남은 모둠 과일과 아몬드우유를 준비했다.


  오늘은 조금 늦게 나와 정시에 가까스로 맞출 것 같은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지금, 땀으로 또 흠뻑 젖었다.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쳐보지만 턱도 없다. 마스크 안에 고이는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히는 한 여름 극한의 출근길,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22.06.28)


발아현미밥, 비프카레, 사골미역국, 깻잎장아찌, 오징어젓갈, 모둠 과일, 아몬드브리즈


#3 연두부와 미나리오징어초무침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루하루,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밥 먹고 치우지 않은 설거지가 이틀은 기본이 되고, 빨래를 널어놓고 개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침을 챙겨 먹는 일.


  버섯솥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사골미역국 건조블록에 뜨거운 물을 붓고, 연두부 하나를 꺼내 그 위에 유자소스를 얹고, 미나리오징어초무침을 무치고, 오징어젓갈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유리잔에 따랐다.


  결국엔 움직여야 한다는 것.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먼지 쌓인 운동기구를 꺼내 들고, 미뤄둔 시험문제집을 펴고, 축 처진 나를 돌아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바람 부는 출근길에 다시금 잡아보는 어떤 마음.(22.06.29)


버섯솥밥, 사골미역국, 연두부, 미나리오징어초무침, 오징어젓갈, 아몬드브리즈


#4 그릭요거트와 블루베리


  오랜만에 야근을 했고, 차장님과 술 한 잔 걸치고 적당한 취기로 퇴근하던 지난밤. 종일 비가 오다 말다 하는데 내릴 때는 세차게 쏟아지니 장마가 실감나는 요즘.


  그릭요거트 큰 통 하나를 따고, 그 위에 냉동블루베리와 딸기잼을 얹고, 사과 한 알을 먹기 좋게 자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어제와 다름없이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이미 길바닥에 수많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다리 밑 하천의 산책로가 잠겼다. 미처 피하지 못한 웅덩이에 신발이 조금 젖었고, 장우산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로 지하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22.06.30)


그릭요거트, 블루베리, 사과, 딸기잼, 아몬드브리즈


#5 발아현미밥과 사골미역국


  어제도 적당한 취기로 집에 들어왔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씻기만 하고 잠에 들었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고민과 걱정만 늘어놓는 나는 누워만 있고 싶어 진다. 허나 아침은 오고, 최대치의 힘을 내어 부엌으로 가서는.


  오뚜기 발아현미밥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사골미역국 건조블록을 뜨거운 물에 풀고, 비엔나소시지와 오이소박이와 미나리오징어초무침과 오징어젓갈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비가 오지 않으나 우산을 챙기고 흐린 하늘 아래 젖은 길을 걷는 내 온몸에 땀구멍이 활짝 열렸다. 얼른 손수건으로 이마와 목에 맺힌 땀을 훔치며 지하철로 향한다. 금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로가 되는 오늘의 출근길.(22.07.01)


발아현미밥, 사골미역국, 오이소박이, 비엔나소시지, 미나리오징어초무침, 오징어젓갈, 아몬드브리즈


결국엔 움직여야 한다는 것.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먼지 쌓인 운동기구를 꺼내 들고,
미뤄둔 시험문제집을 펴고,
축 처진 나를 돌아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글, 사진 / 나무늘보
이전 27화 오모가리김치참치찌개와 구운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