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2주차_일상을 살아낸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어제는 오랜만에 출근했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휴가를 더 쓸 수 없어 간신히 출근했다. 아침 챙겨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아 간단히 빵으로 해결한 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눈과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온종일 고생해야 했다. 그래도 오늘은 아침 챙겨 먹으려고 애썼다.
흰쌀밥에 버터치킨카레를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배추김치와 꽈리고추볶음을 꺼내고, 유리컵에 아몬드우유를 따랐다.
오늘은 대학병원 검진받으러 가느라 오전반차를 썼다. 현재 증상의 원인을 오늘은 꼭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일상의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아침.(22.08.09)
이름 모를 질병에 걸린 지 2주가 다 되어가고 있다. 증상은 여전하고, 정확한 원인이나 무슨 질환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몸에 기운이 없고, 어제는 기침을 하는데 호흡도 조금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도 아침은 간단하게나마 챙겨 먹기로 마음먹고.
새로 주문한 그래놀라를 시리얼컵에 담고 그 위에 아몬드 우유를 가득 부었고, 당근망고착즙주스 한 병을 꺼냈다.
손에 감각이 잘 안 느껴져서 씻는 것도 힘들고 타자 치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심지어 걷는 것도 버겁다. 일상을 살아낸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출근길의 풍경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루하루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오늘의 출근길.(22.08.10)
어제는 친구에게 전달할 물건이 있어서 집으로 가는 퇴근길 중간에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세 열 시를 넘겼다. 평소였으면 가뿐했을 테지만, 아픈 몸이라 그런지 녹초가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일상을 누리는가 싶었는데 아직은 버겁다는 걸 실감했다.
시리얼컵에 그래놀라를 반쯤 채우고, 복숭아 한 개를 먹기 좋게 잘라 넣고, 그 위에 아몬드우유를 가득 붓고, 당근망고주스를 꺼냈다.
어제는 오랜만에 훠궈를 먹었고,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은 가볍게 먹기로 하고 어제처럼 그래놀라를 먹었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 휴가 내고 조금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고 병원 갈 시간을 기다리는 중.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면서.(22.08.11)
어제 신경과 진료를 받았다. 결국 그 병명이 맞았고, 입원 통보를 받았다. 아직 회사에 남은 일이 있어서 오전에 출근하고, 오후에 입원하기로 한 아침. 지난밤 우리집에서 주무신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아침밥을 먹었다.
발아현미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밥 위에 계란 후라이를 하나씩 올리고, 보리새우아욱국을 한소끔 끓이고, 엄마가 가져다 주신 멸치볶음과 오이소박이와 배추김치와 고추볶음을 꺼내고, 망고당근주스도 두 개 꺼냈다.
당분간 내 손으로 아침을 차려먹는 일도,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일도 없을 거란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아침. 입원하는 동안 그 시간도 알차게 건강하게 충전하고, 퇴원해서는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보기로 다짐하면서.(22.08.12)
당분간
내 손으로
아침을 차려먹는 일도,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일도
없을 거란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아침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