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팝나무 아래서 만나요

by 무릎


이팝나무 아래서 만나요 / 무릎


아침에 온다고 한 사람을 기다리다가

긴긴 아침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기웃거리는 정오를 애써 피하며

무늬 다른 앉은 새들

그 울음 차례로 익히다가

올 것 같은 곳을 향해 꾹꾹 허밍하는 일


낮에는 꼭 올 것 같은 사람을 기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팝나무 그림자가 내 발밑을 간지럽힌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이런 것에도 간지러워 할 수 있게 된다


오겠다고 한 사람과 기다리는 나 사이에

막연한 저만치를 끌고 오는 아주 오래된 엄마

무릎을 자꾸 매만지며, 허리춤에 손을 기대며

자꾸만 가까워지는


올 것 같은 사람이 막 멎고

울 것 같은 사람만 남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가벼워진다 소용 없어진다


덥고 무더운 내 얼굴이 이팝나무 그림자만 응시한다

내 옆에 앉은 엄마가 한숨도 추리기 전에

"밥은 먹었니?"하고 물으면

이팝나무가 봄바람 잔뜩 모아선

나 대신 대답하고


오겠다고 한 그가

나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9ug68HPZiaRlAd2RAbegBdgn_Ys.jpg


keyword
이전 07화새벽배송 공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