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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구이와 워닝트랙

by 무릎

초벌구이와 워닝트랙 / 무릎



아홉시 뉴스 앞에서

베개도 없이 잠든 아빠의 얼굴

마음껏 마음을 드러낼 수 없을 땐

노곤함이 두드러기처럼 올라오는구나


“아빠,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빠는 텔레비전을 등지고

나는 거실 불을 끈다

그러면 아빠는 더 다정하게 거실을 껴안으시고

갓 나온 오늘의 사건들이 아빠의 굽은 등에 유약을 바른다

양당의 대표가, 변이 된 신종바이러스가, 사랑해서 문을 두드렸다는 모자이크 된 얼굴이, 벽에

붙은 글자나 엑스들 앞에서 제 턱을 쓰다듬는 구직자나 실직자나 외국인이

온도를 바꿔가며 아빠의 등을 달구기 시작할 때

찬 이불로 아빠의 발을 조용히 가린다

싸이클링 히트에 도전하는 삼 번 타자가 있다는 말이 나올 때

아빠의 등이 꼭 우측담장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부터 잔디 끝에 달린 아버지의 외야수

담장 인접한 곳엔

아홉시 오십분보다 몇 배는 어두운 그늘이 있다

그 그늘 가만히 쓰다듬으면 어디선가 굽는 냄새가 난다

텔레비전을 끄고

아버지 방으로 들어가본다

그곳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파편들이 잉태되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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