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교수님이 아기 눈 상태를 보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니큐로 오셨고, 안과 교수님만 허락하시면 퇴원 가능하다고 했다. 눈의 경우 지금 안과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에 퇴원하는 거와 관련 없다고 말씀하셨고, 그렇게 바로 이틀 후에 퇴원하기로 했다. 급하게 퇴원이 허락되었고 금요일인 내일 바로 산소를 대여하고 토요일에 퇴원할 예정이었다.
이제 육아가 시작되고 힘들 테니 마지막으로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치의 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 아기 상태가 안정적이면 기왕이면 탈장수술을 하고 나서 집에 가는 게 어떠냐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펑펑 울었다. 그럼 장루 복원수술할 때와 똑같은걸 반복하고 지난 두 달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 같았다. 내일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산소를 뗐다가도 수술 후에 다시 산소 치료한걸 세 달이 지난 아직도 극복 못했는데 왜 이 타이밍에 또 수술을 해야 하는지!
정신을 차리고 주치의 선생님께 다시 전화해서 기능상의 문제만 없다면 탈장은 아기가 좀 더 커서 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장만 잘 움직이면 겉보기에 장이 좀 튀어나온 거야 몇 살에 수술하던지 상관없는 거 아닌가?
밤새 너무 흥분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눈물이 계속 나오고 머리가 띵했다. 이제는 내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퇴원을 못하게 되면 더 이상 퇴원을 바라지 않고 '하게 되면 하는 거겠지'라는 마음으로 포기하게 될 것 같았다.
2021년 8월 27일 생후 231일 교정 114일
탈장수술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예정대로 퇴원하기로 했다. 내일 당장은 급하니 다음 주에 퇴원할 거냐는 물음에 왠지 다음 주가 되고 다시 어떤 검사를 하면 퇴원 못한다고 할 것 같아서 당장 데려오겠다고 했다.
2021년 8월 28일 생후 232일 교정 115일
그가 왔다. 갑자기 집에서 떠난 지 240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홀로 인큐베이터에서 어떤 싸움을 하고 온 건지 다 알 수도 없지만 그는 그렇게 전장에서 살아 돌아왔다. 아직 산소를 끊지 못해 가장 약한 정도의 산소가 필요하고 총수유량이 좀 적고 나중에 탈장수술도 해야 하고 오른쪽 눈은 잃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건 전장에서의 상처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임에 감사한다. 당연히 죽는걸 기본으로 깔고 시작해서인지 이 정도 상태인 것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남편의 육아휴직 100일 중에 60일은 날아갔지만 남은 40일 동안 우리 둘이서 키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