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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Oct 21. 2021

수술 후 진통제 없이..

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5월 26일  생후 138일 교정 20일


집에 가기 전의 마지막 관문인 장루 복원수술 날이다. 간단한 거라고 하셨었는데 수술시간이 두 시간 정도 되자 불안해졌다. 이번에도 전에 수술해주신 소아외과, 마취과 선생님이라서 다행이다. 계속 같은 분들께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는 시스템이 사람을 안심시킨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자가호흡이 가능한 것 같아서 기관삽관을 뺐고 그래서 호흡이 불안정했다. 강한 진정제를 쓰면 무호흡이 와서 진통제를 아주 소량으로만 썼다. 아이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난리였다. 외과수술 후에 진통제를 못 맞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2021년 6월 2일  생후 145일 교정 27일


수술 후 며칠간 진통제를 거의 못줘서 아기가 며칠 동안 소리 지르며 많이 아파했다. 삶에 대한 의지를 가져줘서 너무 고맙다. 아기가 쳐져서 힘들어만 했으면 내가 너무 미안하기만 했을 것 같다. 겨우 성장하기 시작한 폐를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 기관삽관을 피하고 있는데, 호흡이 계속 불안정해서 기관삽관으로 가는 기로에 서있다고 한다. 아기도 성격이 바뀌었다. 짜증도 많이 내고 잘 보챈다고 한다. 수술 후에 진통제 없이 버티느라 너무 아파서 누가 건드리면 화내는 것 같다. 원래 금식해야 하는데 이제 입으로 밥 먹는 맛을 안 아기가 그걸 이해해줄 리 없다. 면회 가서 아기를 한 시간 넘게 안아줬다. 내 품에서 잘 자서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놀라셨다. 요즘 아기가 화를 많이 내서 어느 누가 안아줘도 이렇게 얌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기가 좀 크니 이제는 의료진들이 육아까지 해줘야 해서 많이 힘드신 것 같다.




2021년 6월 13일  생후 156일 교정 38일


그새 아기가 회복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숨도 잘 쉬는데 진통제 안 줬을 때 너무 악을 쓰고 울어서 그런지 배 수술 꼬맨부위가 터졌다. 다시 마취하고 호흡 기관삽관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자생적으로 상처부위가 붙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고 밥 안 준다고 그렇게 화를 많이 내던 아기가 요즘에는 다시 차분하게 잘 지낸다고 한다. 별일이 다 생긴다. 그리고 이제 퇴원 준비를 위해서 수유 연습을 시켜줬다. 아기를 안고 젖병으로 밥을 잘 먹일 수 있게 교육해주는 거다. 일반 아기들은 젖병을 빨면서 코로 호흡도 동시에 하는데, 이른둥이들은 세 번 정도 빨고 세 번 정도 코로 숨을 쉰다. 뱃속에서 호흡법을 잘 못 배우고 나와서 나중에 학습하느라 호흡하는걸 자주 까먹는다. 우리 아기는 너무 많이 자서 조느라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 잘 먹는 아기였는데 갑자기 밥을 안 먹는다. 그리고 의료진 사이에서 안 순한 아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안아달라거나 싫을 때 운다. 모두들 아기가 집에 가면 내가 고생할까 봐 걱정해주셨다. 나는 맹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 더 좋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나 남편이나 우리 둘의 유전자 조합인 아이가 순한 아기 일리 없다. 남편은 7월 1일부터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꼭 그전에 아기가 집에 왔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셋이 백일 동안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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