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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Oct 21. 2021

어버이날

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5월 8일  생후 120일 교정 2일


어버이날이다. 효자가 되려는지 그 며칠 사이에 양압기도 다시 떼고 밥도 잘 먹고 배도 정상이라 드디어 가장 위중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병실에서 퇴원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병실로 옮겼다. 아기가 위중한 상태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 큰 걱정은 많이 덜었다.


조수미 씨가 한국에서 어버이날에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큰 마음먹고 티켓을 예매했다. 그분이 은퇴하시기 전에 공연 관람을 직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 부모님과 오빠네 부부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콘서트 제목은 "나의 어머니"로 주제와 맞게 어머니를 위한 노래들로 리스트가 채워졌는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 엄마보다 아기 생각이 많이 났다. 나도 우리 아기가 평생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되겠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종종 어미가 그릇되어도 자식은 자신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함께 잘못 얽히는 경우가 있다. 자식 된 입장에서 학대를 당하지 않는 이상 부모를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절대 그런 엄마가 되지 않을 거다. 아이가 어릴 땐 어릴 때에 맞게 성인이 되어서는 성인이 된 상태에 맞게 적절한 엄마 역할을 하고 싶다. 조수미 씨의 <바람이 머무는 날>이라는 곡이 정말 감동적이다. 콘서트가 끝나고도 뇌리에 떠나지 않아서 음원으로 계속 들었다.




2021년 5월 12일  생후 124일 교정 6일


하루하루가 다르다. 삼일전엔 수액줄을 완전히 빼고 입으로 먹더니 오늘은 산소를 뗐다. 이제 자가호흡을 할 수 있다. 장천공수술을 하면서 장에 무리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장루는 내놓고 배변을 밖으로 할 수 있게 해 놓았었는데, 이제 퇴원을 위해 장루 복원수술만 다음 주에 하면 될 것 같다. 그동안 대장을 사용하지 않아서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속도면 한 달 후에는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5월 17일  생후 129일 교정 11일


장루 복원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아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좀 미뤄졌다. 수액을 빼고 나서 스스로 먹느라 수분 흡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이제 일반 신생아 상태라서 발달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동안은 뱃속에 있는 아기들처럼 요구하는 게 없었지만 이제는 일반 신생아처럼 누가 자신을 안아주길 바라고 직접 먹길 바란다고 하셨다. 잘 자고 잘 먹고 있으니 집에 빨리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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