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인 Dec 25. 2021

결국 한쪽 눈을 잃었다

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8월 16일  생후 220일 교정 103일



결국 교정 백일도 지나버렸다. 그 흔한 백일사진 한 장 찍어주지 못했다. 만삭아가 100점이라면 80점만 되어도 퇴원하는데 우리 아기는 여러 분야에서 계속 75점 정도를 맴돌고 있다. 애매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지만 크게 나아지지도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고 있다. 기약이 없는 퇴원에 나는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일기를 브런치에 적기 시작했다. 양수가 터질 때부터 모든 상황을 복기하다 보니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고스란히 느껴져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글을 괜히 쓰기 시작했나 싶을 정도로 우울해서 요즘 조금 시들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그래도 브런치 글은 계속 쓸 예정이다. 정말 급할 때 검색으로 찾는 누군가를 위해서 끝까지 계속 쓰기로 했다. 최근에 아기를 포기하고 우울한 분들의 블로그 글을 읽어서 그런지 내가 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 더 해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저 아기가 집에 오기 전에 글쓰기가 끝나길 바란다.


안그래도 내일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이 잡혀있었는데, 오늘 면담을 따로 하자고 하셔서 불안했다. 오른쪽 눈은 백내장도 문제지만 안구 크기가 안 커지는 게 문제라고 하셨다. 저번에 한 레이저 수술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고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아서 해외 논문 수준도 아닌 그냥 보고서 두건 정도 있다고 하셨다. 오른쪽 눈은 정말 잘못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걱정되었다. 나중에 우리 눈을 줄 수 있을까? 남편은 미래기술이 해결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아기가 40살 50살쯤 되면 인공안구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눈 한쪽이 없이 초중고를 잘 버틸 수 있을까? 밖에서 왕따를 당하더라도 집안에서 하하호호 거리면서 살 수 있으면 그 시간들이 어찌어찌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자존감이 낮은 찌질이들은 늘 먹잇감이 된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만의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약점이 크니 장점도 커야 겨우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많이 누리지 못하고 살 수 있으니 적어도 화목한 가정은 누리게 해 줘야지




2021년 8월 19일 생후 223일 교정 106일


안과 교수님이 우리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고 결과가 좋아서 이 쪽 일로 선구자가 되는 걸 상상해봤다. 아기 눈일도 그렇고 브런치 글 쓰는 일도 나를 너무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우울해지려고 하면 부적처럼 아기가 웃는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요 며칠보다는 정신건강이 좀 나아졌다.



이전 25화 영웅의 원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