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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Aug 20. 2021

독일 생활의 편한 점&불편한 점

4년 째 독일 뮌헨에 살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 여행으로 왔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살기 시작하며 새로이 적응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되어 불편한 점도 더러 있다. 반대로 참 편하고 좋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다. 문화권이 전혀 다른 나라에 와서 살고 있으니 그런 점이 도드라지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살며 내가 느낀 편한 점과 불편한 점을 정리해봤다.




편한 점


1. 곳곳의 쓰레기통

독일 길거리를 걷다 보면 쓰레기통이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있다. 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거나, 가방에 넣을 일이 없다. 공원이나 버스정류장은 물론이고, 도보를 걷다 보면 꾸준히 쓰레기통이 등장한다. 지하철 역사 내에도 쓰레기통이 상당히 많다. 독일인들이 한국 가서 가장 놀라는 게, 쓰레기통이 없는데 길거리가 너무 깨끗하다는 점. 그건 나도 참 신기하다. 반면에 여긴 왜 쓰레기통이 이렇게 많아도 그다지 깨끗하단 느낌이 안 드는 걸까?ㅋㅋㅋ 어쨌든 쓰레기통이 많아서 편하다. 국민들의 세금을 착실히 잘 쓰는 독일. 덕분에 예기치 못하게 생긴 쓰레기들을 언제든지 쏙쏙 버릴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땐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게 가방에 모았던(?) 쓰레기 버리는 일이었는데. 게다가 쓰레기통 못지않게 재활용 컨테이너도 자주 보인다.


2.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 X

이건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독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더 좋다. 한국에서 버스와 지하철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겼다. 몇 분 안에 도착한다는 표시만 있어도 충분한데 실시간 위치가 나오니 괜히 마음만 더 조급해지고, 괜히 뛰게 되고, 괜히 긴장한다. 심지어 버스와 지하철 아이콘이 움직여... 서울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도도도도 걸어다는 데엔 저 실시간 위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 내 속도대로 걸을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그러기에 시스템 발전 속도가 매우 더딘) 독일의 시스템이 내겐 더 마음 편하고 잘 맞는다.


물론 독일 지하철과 기차의 잦은 연착은... 할많하않. 이건 독일인들도 늘 욕하는 부분이다. 


3. 시선에서의 자유

한국에서는 늘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며 살았다.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었다. 화장을 안 하면 '피곤해 보인다', '어디 아프냐' 등의 질문이 들어오고, 화장을 하면 '어디 좋은데 가냐', '누구 만나냐' 등의 아주 영양가 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평소에 단화에 청바지나 슬랙스, 티셔츠나 블라우스로 입는 편인데 그런 내가 패션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면 또 꼬치꼬치 캐묻기 일쑤.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어도 주지 않았고, 최대한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다녔다. 독일에 살면서 그런 시선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고, 내 성향도 덩달아 바뀌었다. 여기선 정말! 내 외모나 내 옷차림에 어떤 변화가 생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외모에 어떤 코멘트를 다는 건 예의 없는 행위에 속한다. 인상 깊었던 일화. 코로나19 이전 친구의 생일파티에 갔다. 밤늦게까지 놀고 다른 친구 두 명과 함께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는데, 그 친구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내게 와서 "저기, 사실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라며 조용히 말을 건다. "너 피부 너무 좋은 것 같아!"


띠용. 저런 칭찬을 저렇게 조심스레 한다고? 그 친구는 심지어 술기운을 빌려 내게 건넨 말이었다. 파티 내내 그다지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않았던 친구다. 너무 놀랐다. 그 친구의 모습이 곧 독일의 외모에 대한 보편적인 태도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밖에 나가도 너무 '완벽'한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압박이 심했다. 굶고,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하고... 유행을 좇는 게 싫어 내 마음대로 입다가 "대학교 조교 같다"라는 말을 듣고 옷차림을 바꿔보려 '노력'까지 했다. 여기선 그런 게 전혀 없어서 편하고 좋다. 뮌헨은 독일에서도 나름 유행과 패션에 민감한 도시라고 하지만, 서울에 있다가 온 내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자율과 개성이 살아있는 곳. 그 속에서 사는 나는 많이 바뀌었다. 넓은 어깨와 짧은 종아리가 콤플렉스여서 청바지도 싫어하고, 딱 붙는 옷도 안 좋아했는데 여기선 그런 콤플렉스를 완전히 잊고 산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웜톤이니 쿨톤이니 하나하나 따지는 피곤함도 없고. 살이 찌면 요즘 행복하게 잘 먹고 다녔나 보다~ 하고.

여기엔 사회적 압박에서의 자유도 포함되는데 20대 초반엔 이래야 하고, 중반엔 이래야 하고, 30대 초반엔 이래야 하고... 어떤 기준을 내게 들이미는 분위기가 없어서 좋다. 우리나라엔 내 나이를 향해 사회가 기대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내가 원하는 삶으로 묵묵히 나아가기 힘들다. 독일에선 그런 스트레스가 확실히 덜하다. 물론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내가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주는 압박은 있는데 그게 능동적이냐, 외부에서 오는 거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불편한 점


1. 실내에서 데이터가 안 터짐

이건 진짜 경험해본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사는 뮌헨은 그렇다. 어디 쇼핑하거나 장 보러 들어가기만 해도 데이터가 안 터지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도 데이터가 안 터진다. 우리 집은 5층인데, 와이파이가 설치되기 전까지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못했다. 계속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또, 독일은 건물마다 로비층이 있는데 로비층에서도 데이터는 안 터진다. 무슨 지하 5층 정도에 있는 느낌이다. 요새는 에데카나 DM 등 상점에 고유의 와이파이를 설치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연결해도 잘 안 터진다.

최근에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 요며칠 폭우가 계속 내렸다. 비를 뚫고 가는 중인데, 데이터가 맛이 가는 상황이 발생. 심지어 밖인데. 친구네 집으로 가던 중에 데이터가 안 터졌다. 집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안 터졌다. 말도 안 돼... 와이파이에 문제가 생긴 집도 더러 있다. 독일의 인터넷에 박수를 보낸다.


2. 서류 폭탄

개인정보보호(Datenschutz)에 민감한 독일은 여전히 온라인 서류보단 포스트를 애용한다. 그래서 일처리가 그때그때 안 되고 답답한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냐면, 은행 가서 계좌를 개설해도 바로 쓸 수 없다. 2주 이내에 현금카드가 도착하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카드 비밀번호가 적힌 서류가 온다. 한국처럼 앉은 자리에서 카드 바로 나오고, 비번 설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비번도 은행에서 정해준다. 비번 잃어버려서 카드 묶이면, 새 카드와 비번 서류를 또 기다려야 한다. 어마어마함. 코로나19 시국에는 일처리가 더 느려 비자 연장만 3개월 정도 걸리기도 했다. 자기들도 서류의 홍수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 심카드 새로 열면, 심카드 고유의 핀번호가 제공되는데 그거 역시 서류로 제공됨. 적어도 보다폰은. 핀번호 여러 번 까먹고 서류도 잃어버려서 여러 번 대리점에 들렀던 기억. 여러모로 모든 중요한 서류(계약서 등)는 전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최근 조금씩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서류 폭탄의 나라다.


3. 열쇠

적응이 될 법도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열쇠 생활. 우리집은 그나마 창고, 현관키, 집키가 통일되어 있어서 우편함키+집키 두 개만 들고 다니면 되지만 다른 집들은 대부분 3, 4개씩 묶어서 다닌다. 한국에선 이젠 번호도 아니고 지문이나 앱으로 문이 열리는데.... 한국에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열쇠 불편함은 더 커진다. 핸드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만사 해결되는 한국과 달리 현금에 열쇠도 필수로 챙겨 다녀야 하는 이곳. 덕분에 가방이 더 무거워짐. 전에 열쇠 두고 나왔다가 한 120유로 정도 냈던 걸로 기억한다. 열쇠공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 어떤 가격이 책정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열쇠를 잃어버리는 일도 독일에선 다반사. 전에 어떤 바에 갔는데, 친구가 열쇠를 잃어버려서 바 직원에게 물었더니 그 직원이 곧 15개 정도 되는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왔다. 그만큼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번호키로 바꾸면 좀 좋을까. 열쇠공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려서 그런 걸까?


4. 담배 냄새

금연 구역이 거의 없기에 길거리서 담배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식당 야외석에서도 예외 없이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카페에서도 물론이다. 경기장 기자석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기자들이 많다. 비흡연자인 내게 담배연기 자욱한 야외 테라스나 기자석은 고역이다. 특히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많은 횡단보도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면 그 냄새가 코 안으로 훅 들어오는데 너무 끔찍!!!하다. 사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낄 때 좋았던 점은 그런 담배 냄새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요새는 야외 마스크 필수가 아니라 조금 섭섭하다. 물론 매너 있는 사람들도 많다. 같은 테이블에 비흡연자가 있으면 다른 쪽으로 나가서 피우고 온다. 그렇지만 내 근처 테이블에 흡연자만 앉아있으면, 그들은 당연히 앉은 자리에서 피운다. 주변 비흡연자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그 담배 연기가 내 쪽으로 오면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코를 막고 손을 휘휘 저어 연기를 치우는데 가끔 매너 없어 보일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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