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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Sep 19. 2022

하루에 두 번, 세 번 출근합니다

독일에서 직장인으로, 프리랜서로 사는 일상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업데이트할 사항이 많이 보였다. 우선 내 설명 키워드를 바꿔야 했다. 작년 11월부터 더는 기자가 아니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회사원으로 설정했는데 어딘가 어색했다. 회사원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나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프리랜서라고 하자니 소속된 회사가 있다. 그 회사를 통해 세금도 내고 보험료도 낸다. 그러니 프리랜서도 아니다. 결국 에디터로 정했다. 내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키워드라고 판단했다.


내가 봐도 복잡한 설명이다. 나의 본업은 회사원이다. 작년에 뮌헨에서 축구기자의 삶을 접고,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일과 전혀 다른 분야지만 은근히 공통점도 있고, 내 능력을 활용할 기회도 종종 있다. 물론 어렵고, 배워야 할 것들이 여전히 산더미다.


그렇다고 축구를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이직과 동시에 축구선수 이재성과 협업을 시작했다. 그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칼럼 에디터로 일하는 중이다. 1개월에  번씩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도 지원한다. 내가 평소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수의 글을 다듬고 세상에 내보낼  있어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의 글솜씨와 생각의 깊이에 놀라면서 말이다.  사이에 출판사 <브레인스토어> 통해 책을 공동 집필했다. 기획부터 편집 과정까지 전부 류청 선배가 도맡았다. 나는 그저 선배가 내게 공동집필 제안을 해준 덕분에,  차려진 밥상에 숟갈만 놓은 셈이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대한 책이다. '선수' 시리즈의  편이다. 바이에른에 레반도프스키가 도착한 순간부터 발롱도르를 받을 '' 순간까지 모두 뮌헨에서 지켜본 덕에   있는 말이 있었다. 마침 나의 개인 에세이 출간도 준비 중이어서, 레반도프스키 책은 워밍업으로 좋은 소재였다.



그래, 내 개인 에세이도 준비 중이다. 독일에서 축구 취재를 다니며 생긴 일들을 기록했다. 그동안 선수가 주인공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새 직무에 적응하고, 이재성 선수와 협업에 집중하느라 정작 내 책 원고 마감일을 훌쩍 넘겨서야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출판사 담당자님은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주셨다. 월드컵 전에 출간 예정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오랜만에 선수들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동시에 다른 책을 준비한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아직 비공개이지만, 차근차근 공개되면 기록할 예정이다. 소재는 당연히 축구다.


써놓고 보니 본업보다 사이드잡이 내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그래서 사실 나는 내 본업을 '본업'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8시간 회사에 머무는 직무라고 여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출근이다. 칼럼을 쓰고, 책을 정리하고, 각종 원고를 정리한다. 밤이 늦은 시간에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퇴근을 한다.


벅찰 때가 있다. 매일 아침 오늘 해야 할 일을 적는데 이 것도 오늘 해야 하고, 저 것도 오늘 해야 하고, 혹은 오늘 하고 싶고... 욕심이 날 때가 많다. 주말의 시간도 활용하지만 사실 날씨 좋은 토요일에는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 그래서 최대한 평일에 몰아서 일을 하는 편이다. 퇴근하고 남들처럼 여유롭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내게 그런 여유는 없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다시 출근이다. 당연히 힘들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는 몸에 이상도 왔다. 해야 할 분량을 못 끝내고 잠이 쏟아질 때는 정말 간절하게 하루가 딱 5시간이라도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누군가와 협업을 하는 건이라면 신경이 더 쓰인다. 가끔은 심장이 두근대서 잠이 안 올 때도 있다.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니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본업 외에도 내가 자신 있게 '내가 할게요!'라고 외치는 일이 있다는 게.


그래서 축구기자를 그만두고 후회가 남지 않는다. 기자가 마냥 본업일 때는 그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가끔 나 자신이 무능력해 보였는데 해결법은 간단했다. 본업을 다른 분야로 바꾸면, 그 외에 할 줄 아는 게 생긴다! 지금처럼 말이다. 지난 7년 간 쌓은 경력이 헛되지 않음에 감사하다.


올해의 나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회사원으로, 작가로, 프리랜서로, 내 삶의 에디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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