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
마흔일곱 살 유부녀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 결혼 12년 차에 자녀 없고 고양이 둘 있음. 내 짧은 자기소개다. 여기에 최근 추가한 내용이 있다. ‘곧 이혼 예정’.
처음 이혼을 떠올린 건 5년 전, 결혼 생활 6년 차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남편과 나는 극 내향과 극 외향의 조합으로 연애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런데 막상 같이 살고 보니 생활 습관이 너무 안 맞았다. 어쩌면 신혼 초, 손 씻는 문제로 티격태격한 그날 남편과 나 사이에 이혼의 씨앗이 뿌려졌는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다툼이 햇빛과 물, 거름이 되었을 테고. 몇 년 동안 반복된 싸움에 지쳐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자 혼자 살았더라면 괜찮았을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자꾸 부딪히게 된 게 아닐까. 맞춰가는 게 불가능한 관계도 있고, 그게 나와 남편일 수 있지. 그렇다면 비슷한 일로 계속 다툴 게 아니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면 어떨까. 폭력이나 외도, 큰 빚 같은, ‘커다란’ 사건이 아닌 일상의 괴로움이 이혼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언제 이혼하면 좋을까. 종종 헤어짐의 시기를 가늠해 보았다. 당시 내겐 자립할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프리랜서 작가인 내 한 달 수입은 관공서 간행물과 지역 언론사에 쓴 글 값 100만 원 남짓이 전부. 그래도 자녀 없는 살림에 남편과 생활비를 반반 부담하니 책도 사고 가끔 여행도 다닐 수 있었다. 이혼하면 모든 생활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100만 원으론 밥에 콩나물만 먹어야 할 판이었다.
게다가 내겐 모아 놓은 돈도 없었다. 결혼 6년 동안 집 대출금에 내가 보탠 돈은 천만 원 정도. 여기에 내 통장 잔액까지 더하면 대략 이천만 원. 이게 내 전 재산이었다. 이 돈으론 독립은 꿈도 못 꾼다. 생활비도 안정적으로 못 버는데 다달이 월세 내는 삶으로 뛰어들려니 엄두가 안 났다.
돈에 발목을 단단히 잡히고도 이혼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침대 옆자리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천하태평 잠을 자는 남편이 밉다가도, 내가 이혼을 꿈꾼다는 걸 그는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미안함에 한숨이 나왔다. 내가 그를 속이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대책도 없이 이혼하자고 덤빌 수는 없지 않나...
여러 날 고민 끝에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나, 당신과 이혼을 하고야 말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