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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혜진 Feb 07. 2024

월경기간이 길어졌다

월경 편 (2)

24.2.7.


한 달 중 7일, 꼬박꼬박 월경하며 보낸 세월이 33년! 날짜를 모두 합하면 2700여 일이다. 무려 7년이 넘는다. 그 기간 동안 월경 패턴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첫날 미미하게 시작해 둘째 날 월경혈 양이 가장 많고 셋째 날엔 출혈이 감쪽같이 멎었다. 넷째 날에 재시작했다가 점점 양이 줄면서 7일째 되는 날 딱 끝났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 늘 비슷했다.


이 오래된 규칙이 최근 2~3년 사이 흔들흔들했다. 맞춰놓았던 그림 퍼즐이 뒤섞여 원본을 알아볼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가장 또렷한 변화는 월경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이었다. ‘첫날’과 비슷한 날이 2~3일이나 이어졌다. 그러다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 ‘5일째’로 훌쩍 넘어갔다. ‘이제 양도 줄어드는구나’ 생각하며 방심한 순간 갑자기 ‘양 많은 둘째 날’로 훅 되돌아가 속옷과 바지가 붉게 물드는 일도 생겼다. 이건 정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라 놀라고 당황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러곤 ‘7일째’가 또 2~3일 지루하게 이어진다.     


주변 월경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9~10일 동안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은 완경 전 겪는 ‘흔한 일’이라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일단 안심이 됐다. 그리고 내가 어떤 문턱을 넘었음을, 어떤 과정에 진입한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문턱이란 바로 갱년기, 어떤 과정이란 완경이행기다.     



올해 1월 1일은 월경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14일이나 이어질 줄은 몰랐다. 양이 많은 날이 있었나 싶게 적은 양의 출혈이 이어졌고, ‘7일째’가 5일이나 지속됐다. 확 나오든지, 아니면 얼른 끝나든지 하면 좋겠는데, 너무 답답했다. 15일째, 드디어 끝났음을 확인하고선 한숨이 폭 나왔다. 어쨌든 내 몸이 시작과 끝을 제대로 해냈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찜찜했다. 월경을 열흘 넘게 한 건 처음일뿐더러 내게 익숙했던 7일에서 두 배나 길어지다니. 달갑지 않은 신기록이었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면 생리대를 사용했기 망정이지 일회용 패드였다면 피부가 버티지 못하고 짓물렀을지 모른다.     


‘설마, 다음엔 이러지 않겠지.’     


다음 월경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기다리는 동안 완경에 관한 책을 몇 권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며칠 후 양쪽 가슴이 부풀면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을 펴들면 도넛이나 케이크 같은 단

음식이 눈에 아른거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고 자꾸 안 좋은 기억, 슬펐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상하다. 이건 월경 시작 2~3일 전 신호다. 하지만 월경이 끝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지났을 뿐이다. 아무리 주기가 빨라졌다고 해도 이렇게 곧바로 다시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어쩌면 월경증후군 패턴이 바뀐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 없던 증상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니 일단 지켜봐야지.     


그런데 웬걸. 신호는 정확했다. 마지막 월경 이후 11일이 되던 날, 다시 월경을 시작한 거다. 28일 주기로 계산해도 6일이나 빨랐다. 나는 며칠 전 도착해 책상에 올려 둔 책 <불 위의 여자>(실라 드 리즈, 은행나무)를 서둘러 펼쳐보았다.     


완경이행기에 접어들면 배란 횟수가 줄어들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월경주기가 짧아지거나 길어지거나 변함없거나, 월경이 시작되어 멈추지 않거나.”     


14일이나 이어진 새해 첫 월경은 “시작되어 멈추지 않는 경우”에 해당했다. 그렇다면 곧바로 다시 시작한 이유는 뭐지? 책장을 더 넘기니 내가 궁금했던 바로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불과 14일이나 21일 후에 월경을 한다면 그 전 월경주기 동안 배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자궁점막이 매우 두터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앞당겨진 월경은 사실 그 전의 월경 2탄에 해당되는 것 혹은 그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71쪽)     


그러고 보니, 새해 첫 월경은 기간만 길 뿐 유난히 양이 적었다. 급하게 치고 들어온 이번 월경이 후속편에 불과하다니!     


그런데 후속편이 본편보다 강했다. 5일째 되던 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둘째 날’이 찾아왔고, 그 ‘둘째 날’은 3일이나 이어졌다. 생리통도 꼬박 3일 앓았다. 한껏 두터워진 자궁벽이 쏟아지는 중이니 양이 많은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과다출혈이라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어지러운 증상도 없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기간을 몹시 불안해하며 보냈을 거다.     


지금 내 상태를 이해하고 나니 자꾸 궁금한 게 생겼다. 배란이 되지 않은 것과 자궁점막이 두터워졌다는 건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이전 월경은 왜 그렇게 길고 양이 적었던 거지? 아무래도 조금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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