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경계선에서]
시월
시간만 되면
주먹만한 조롱박으로
바닥 긁는 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거렸다
없는 쌀 몇 톨이라도 건져보려 한 건지
독을 긁어서 독 부스러기라도 먹을건지
시간만 되면
쌀독에 머리를 넣고
참 이놈의 쌀 이놈의 쌀
물 먹은 목소리 어우러졌다
누르면 쌀이
주르륵 주르륵 쏟아져
바닥 긁는 소리는
잊어버린 시대에 살며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는지
독을 품고는 그게 독인지도 모르는지
시간만 되면
폰 위에 거북목 굽혀
이놈의 세상 이놈의 세상
허기진 마음 독 긁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