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엔 왜 갔어? - Episode Ⅲ
폴란드 천년고도의 상징 바벨성(Zamek Królewski na Wawelu) 투어를 하는 날. 왕궁 가이드 투어를 마친 후 바벨 대성당(Katedra Wawelska)으로 향했다. 바벨 대성당의 종탑인 지그문트 종탑(Zsigmond-torony)에 있는 지그문트 종(Królewski Dzwon Zygmunt)의 추를 만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소원 하나 빌고 갈 참이었다.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어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지 않았다. 후다닥 올라가서, 후다닥 소원을 빌고 내려와야 했다. 무한히 반복될 것만 같은 계단을 급한 마음에 두 칸씩 점프 뛰다시피 올라갔다. 지옥훈련이 따로 없었다. 후들후들 다리가 서서히 풀려갈 때쯤 다행스럽게도 지옥훈련이 끝났다. 꼭대기에 도착한 것이다. 바로 앞에 내 소원을 들어줄 지그문트 종이 있었다.
“와~ 식빵! 열라 크네.”
살면서 본 중 가장 큰 종 이었다. 몸체 길이만 2.41m에 총 무게 12600kg. 종소리는 최대 30km까지 뻗어 나간단다. 자! 감탄은 여기까지. 시간이 없으니 얼른 종의 추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었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안 들어주기만 해봐라! 내가 빈 소원은...? 당연히 비밀이다. 안 알랴줌!
소원도 빌고 인증숏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가려는데 두 친구가 올라왔다. 헉헉거리며 올라오자마자 한 친구는 추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고 다른 한 친구는 사진을 찍어줬다. 그다음은 멤버 체인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문득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매번 서로 찍어주기만 했을 뿐 함께 찍은 사진은 없을 텐데 둘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같이 찍어줄까?”
“오우! 고마워!”
찰칵! 찰칵!
핸드폰을 건네주자 나도 찍어주겠단다. 안 그래도 인증숏을 셀카로 남겨 아쉬웠었는데.
찰칵! 찰칵!
“고마워!^^”
“아니야~ 너도 찍어줬잖나.^^”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이제 정말 내려가려는데 한 친구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어?”
“한국.”
“오! 리얼리?”
한번 대화의 물꼬를 트니 자연스레 토크의 장이 열렸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놀란 이유는 이 친구들이 한국을 특별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키 사람인 두 친구는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며, 그러니 우리도 형제라고 했다. 이어서 토크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마지막 경기, 한국 대 터키 3·4위전. 비록 한국이 지기는 했지만 인상 깊었고, 경기가 끝난 후 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형제애를 느끼며 감동을 받았단다. 뭐!? 감동!?ㅡㅡ^ 솔직히 말하면 난 형제고 뭐고 축구를 진 기억 밖에는 없어 갑자기 이 두 녀석들이 얄밉게 보였다. 하지만 약 올리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기에 애써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그냥 맞장구를 쳐줬다.(그래, 참~ 감동이었지.ㅡㅡ^)
“근데 우리 얼른 내려가야 돼! 곧 여기 문 닫힐 거야.”
“아~ 맞다! 올라오기 전에 들었어.”
“가기 전에 셋이서 사진 한 장 찍고 가자!”
“좋아!”
종탑을 내려가는 길.
“사실 우리 일행이 둘 더 있어. 그중에 한 명은 예전에 한국에서 공부도 했고, 한국말도 조금 알아. 한국 친구도 있어. 걔가 널 보면 참 반가워할 거야. 혹시 특별한 일정 없으면 우리랑 같이 다닐래?”
내 여생(여행 생애)에 일생일대의 제안이었다. 늘 꿈꾸었던 여행지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기. 그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아, 근데 너희들 이름이 뭐니?”
“난 압둘라(Abdullah Aydin)라고 해.”
“난 쌔미(Semih).”
“난 의민이야. 늦었지만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