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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Sep 19. 2024

1월의 라오스는 건기라면서요...

우리중에 날씨악귀가 있다


라오스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 언제나 그렇듯 여행 중에는 피곤해도 일찍 눈이 떠진다. 씻고 준비하기에 앞서 라오스의 아침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잠옷차림 그대로 크록스만 신고 바깥 구경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환한 아침햇살이 통유리창을 관통해 로비를 화사하게 밝히고 아침부터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나서는지 후줄근한 나시와 반바지 차림의 세계 각국 배낭여행자들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그림을 상상했다. 하지만 (어쨌든) 환한 로비는 아침햇살이 아닌 조명빨이었고 통유리창 밖 풍경은 잿빛이었다. 삼삼오오 로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축축이 젖어 늘어진 우산이 들려있었고 살갗 드러난 시원한 옷차림 대신 머리부터 뒤집어써 발목까지 내려오는 우비를 입고 있었다. ‘아... 너무 일찍 일어났나? 급피곤해지네...'

여행 첫날 아침부터 비라니...

사실 주간예보에 '흐리거나 비'로 되어 있어 비가 올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안타까운 이 소식을 단톡방에 알렸는데도 다들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텐션이 떨어져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솔직히 단톡방에 소식을 전하며 담담한 척했지만 난 내적으로 몹시 실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괜한 설레발이자 오지랖이었다. 남 신경 쓰기 전에 내 텐션이나 잘 붙들고 있을 걸. 친구들의 담담한 반응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으며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비엔티안에서는 아점 후 정오쯤 방비엥으로 출발하기 전 남는 시간 때울 겸 동네 구경 정도만 할 계획이었다. 체크아웃 후 호텔 로비에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막상 나오니 비가 오고 있는지조차 안 느껴졌다. 우중충한 하늘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비가 오건 말건, 하늘색이 어떻건 간에 이국적인 풍경에 이끌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라오스 청춘여행 1일차가 이렇게 비와 함께 시작됐다.




미리 날씨만 스포를 해보자면, 안타깝게도 날씨는 첫날뿐 아니라 3박 5일 내내 대체로 좋지 않았다. 제대로 된 파란 하늘과 햇빛을 본 건 4일 차 아침이 유일했다.(그마저도 단 2시간, 점점 다시 흐려졌다는...ㅠㅜ) 이 정도면 라오스의 1월은 우기로 봐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완전 우기 때는 대체 비가 얼마나 온다는 건지... 1월이 진짜 건기가 맞나 싶어 포털 사이트 대표 3사에 물어보니 모두 한결같이 대답했다.


라오스 여행 최적 시기는 건기인 11월~2월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 중 누군가가 날씨악귀인 게 틀림없다. 물론 난 아니다.(아닐 거다!) 내가 우리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일출과 파란 하늘을 본 장본인이니까. 나머지 넷 중에 있다는 말인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기에 날씨악귀 색출은 이쯤에서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비록 (누구인지는 모르는) 날씨악귀와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그나마 양심은 있는 날씨악귀였는지 비가 오는 타이밍이 나름 절묘했다. 혹 이 글을 비롯해 앞으로 이어질 글의 대체로 우중충한 사진들을 보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누가 뭐래도 1월은 포털사이트 3사가 공인한 라오스 여행 최적 시기다.

비 와도 기부니가 좋은 아내 (근데 왜 저러는 걸까요...?)
비 오는 비엔티안의 아침 거리
비와도 찍을 건 찍어야쥬
라오스의 1월은 건기라면서요... 우기인 듯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비 오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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