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 계획이 뭐였더라?
탑승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마침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보딩타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으며 여행계획을 세웠다. 일단 비엔티안에 도착하면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 체크인하고 밤마실 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이번 라오스 청춘여행의 메인 스테이지는 방비엥이기에 비엔티안에서는 너무 힘 빼지 않기로 했다. 그냥 소소하게 라오스 도착 기념으로 숙소에서 비어라오나 각 1병 때리고 얌전히 자는 걸로 탕탕탕!
그러면 다음 날 방비엥으로 언제 넘어갈 것인가? 반가운 건 굳이 차편에 우리 일정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비해 비엔티안 to 방비엥 루트가 다양해져 웬만하면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이동이 가능해 보였다. 특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차로 1시간 반~2시간 컷이라니 이 정도면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나들이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정도이기에 부담이 덜 했다.
방비엥 이동은 크게 신경 쓸게 없으니 이제 방비엥 가서 뭘 할지를 정할 차례. 워낙 즐길거리가 많다 보니 각자의 취향에 기인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블루라군은 라오스를 가는 목적 그 잡채이기에 당연히 만장일치 통과! 버기카는 안전상(때마침 여행을 앞두고 방비엥 버기카 사고가 뉴스로 보도됐었다), 열기구는 비용과 일정상 탈락(내 1픽이었는데...또르르). 튜빙과 카약은 둘 중 하나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떤 걸 할지는 방비엥 가서 정하기로 하고 일단 보류, 사쿠라바와 야시장은 밤늦게라도 갈 수 있는 스케줄이므로 다른 일정과 상황에 맞춰 가는 걸로 해서 또 일단 보류. 그럼 이제 남은 건 남싸이전망대다.(이하 남싸이) 예상외의 복병이자 최고의 화두였다. 정상에는 가고 싶지만 등산은 하기 싫기에 갈 사람과 안 갈 사람을 나누어 잠시만 따로 여행하느냐, 만약 다 같이 간다면 보통 블루라군과 함께 하루 일정으로도 가는데 블루라군을 먼저 가느냐 남싸이를 먼저 가느냐(산이 먼저냐? 물이 먼저냐?), 일몰이 이쁘다던데 블루라군을 먼저 가고 남싸이를 뒤에 가는 게 낫지 않느냐, 아니다 등산으로 땀 내고 물놀이로 싹 씻는 게 낫지 않느냐, 꼬리에 꼬리는 물며 의견과 질문이 이어졌다. 다 일리가 있고 남싸이 일정을 잡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기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배슨생과 JYP가 남싸이 논란(?)을 종결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팩트를 제시했다.
배슨생 : "근데 내일 방비엥 날씨가 애매해, 하루종일 흐려가지고..."
JYP : "맞아! 비 온다고 했던 거 같아."
아... 그러면 이것도 방비엥 가서 날씨 보고 정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싶은 찰나 마지막으로 주문한 음식인 돈가스가 나왔다. 저녁메뉴 끝판왕의 등장으로 시선과 신경이 온통 돈가스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여행계획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래서... 우리 계획이 뭐였더라?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간다는 것 말고는 정해진 게 없었다. 그 마저도 정확히 몇 시, 아니 대충 언제쯤에 갈지조차도 정하지 않았다. 방비엥에서의 일정들은 일단 가서 상황 보고 하는 걸로 다 보류 상태. 난 즉흥여행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혼행일 때고, 단체여행에서도 이래도 괜찮을까? 잠시 걱정이 앞섰으나 다들 여행 쪼매 한다 하는 여행고수들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마지막 남은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무계획인 계획인 여행, 이래야 찐 청춘여행 아니겠나?